2021학년 정시에서 자연계열 상위권 입시판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진원지는 성균관대다. 간판학과들을 나군에 배치, 연세대 및 고려대와 일전(一戰)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어서다. 특히 ‘취업깡패’ 학과의 원조인 반도체학과는 ‘삼성전자 대(對) SK하이닉스’의 대리전 양상이다.
성균관대는 2021학년 정시에서 1128명(정원내 수시이월 미반영 최초인원)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전체 정원(3373명)의 33.4%다. 2020학년에 비해 인원이나 비중에 변화가 전혀 없다.
학과(학부·계열)별로도 25개 모집단위 중 6곳에서만 소폭의 인원 변동이 있을 뿐이다. 공학계열이 10명(216명→226명) 늘었다. 반면 건설환경공학부는 10명(30명→20명), 소프트웨어학과는 5명(45명→40명) 줄었다.
2021정시에서 성균관대의 가장 큰 변화는 인기학과들의 모집군 이동에 있다. 서울 주요 대학 중 서울대(가), 연세대(나), 고려대(나), 서강대(가), 이화여대(가)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학들은 군 분할 모집을 실시한다. 성균관대의 경우에는 가, 나군을 활용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리더학과(30명)가 나군에서 올해 가군으로 모집군을 옮겼다. 이에 따라 기존 경영(45명), 경제(30명)와 함께 인문계열 간판학과인 ‘글로벌’ 3개학과가 모두 가군에 배치됐다.
자연계열에서는 의예과와 더불어 4개 전략학과인 소프트웨어(40명), 반도체시스템공학(18명),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BME․10명)과 건설환경공학부(20명)가 가군에서 나군으로 옮겼다.
자연과학계열(104명)의 경우에는 나군에서 가군으로 이동했다. 자연계열에서 공학계열(226명) 다음으로 인원이 많은 모집단위로 생명과학을 비롯해 수학, 물리학, 화학, 식품생명공학,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 융합생명과학 등 7개 학과가 소속돼 있다.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자연계열이 강세를 보이는 성균관대에서 반시공, 시스템공학 등 인기학과들의 나군 이동은 비슷한 수준의 경쟁 대학은 물론 하위 대학의 입시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수험생들의 대체적인 지원 패턴이 성균관대 가군에 적정 지원한 후 연·고대에 소신 지원하거나 나군에서 성균관대를 상향으로 지원하고 가군 대학에 적정 지원을 하는 데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성균관대의 경우 나군에 비해 가군의 충원율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특히 반도체학과의 원조 성균관대 반시공은 정시에서 연·고대와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반시공은 성균관대가 1996년 삼성재단 영입 10년 뒤인 2006년 삼성전자와 협약을 통해 개설한 대표적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올해 연․고대가 가세했다. 연세대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시스템반도체공학과(정원외 50명)를 개설했다. 고려대 또한 SK하이닉스와 협약을 통해 반도체공학과(정원외 30명)를 신설했다. 모두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정시에서는 각각 나군에서 10명, 5명을 모집한다. 한마디로 ‘삼성전자 대(對) SK하이닉스’의 대리전이 되는 셈이다.
성균관대 자연계열에서 모집인원이 많은 공학계열과 자연과학계열의 지원율에도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2020학년까지는 가군 공학계열, 나군 자연과학계열 선발이 이뤄졌기 때문에 경쟁 대학과의 관계를 살피며 가, 나군 모두 성균관대에 지원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모두 가군 선발이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지원 성향을 감안할 때 모집군을 바꾼 학과들의 경우 충원율도 2021정시에서 무시못할 변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가군에서 나군으로 이동한 학과들은 예년에 비해 충원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나군에서 가군으로 옮긴 모집단위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원 가능선의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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