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 대입 정시에서는 ‘불국어’가 당락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1수능 표준점수 최고점이 144점으로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2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13일 치러진 2021학년 수능 채점결과를 발표했다. 지원자 49만3433명 가운데 42만1304명이 응시했다. 결시율은 14.7%(7만2399명)다. 예상대로 1994학년 수능 도입 이래 최고치다.
당초 입시기관이나 교사들은 1교시 국어시험 후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유형이 없어 평이했다는 평이 주류였다.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180도 달랐다. 오히려 작년 수능에 비해 어려웠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수치로 입증됐다. 국어 표점 최고점이 144점을 나타냈다. 2020학년(140점)에 비해 4점 높다. 수능 및 6·9월모평을 통틀어 역대급 난이도를 보여줬던 2019학년(150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만점자 비율도 0.04%(151명)로 전년(0.16%․777명)에 비해 0.12p(626명) 낮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어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아, 정시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과목으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을 비롯한 다른 수능 응시영역은 예년 수준의 난이도를 보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주로 치는 수학(가)의 표점 최고점은 137점이다. 전년(134점)에 비해 어렵게 출제되기는 했지만 표준점수가 140점을 넘으면 어려운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평이했다고 볼 수 있다. 만점자도 0.7%(971명)로 1년 전(0.58%·893명) 보다 0.12p(78명) 상승했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나)도 마찬가지다. 표점 최고점이 수(가)와 동일한 137점이다. 특히 작년 수(나)가 149점으로 인문계열에서 당락을 가르는 ‘역대급 불수능’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작년 보다는 매우 쉬웠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점자도 2020학년(0.21%·661명) 보다 갑절 이상 늘어난 0.53%(1427명)를 기록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다만 “수학(나)형이 만점자수는 증가했지만 1등급 1806명, 2등급 3503명, 3등급 3163명 등 3등급까지 전년 대비 8472명이 감소해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뿐만 아니라 정시에서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등급컷의 경우에는 국어 131점, 수(가) 130점, 수(나) 131점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국어는 같은 점수다. 수(가)는 2점 올랐다. 수(나)는 4점 낮아졌다.
영어 또한 당초 반응대로 매우 쉬웠다. 영어는 2018학년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2018학년 1등급 10.03%에 이어 2019학년 5.3%로 ‘쉬운 영어’와 ‘어려운 영어’를 모두 거쳤다. 작년에는 중간 정도인 7.43%를 나타냈다.
올해 수능에서는 1등급 비율이 무려 12.66%를 찍었다. 반면 2등급 16.48%, 3등급 19.74%로 2020학년 각각 16.2%, 21.9%에 비해 비슷하거나 줄어 상위권과 중위권의 격차를 드러냈다.
탐구영역에서 사회탐구는 사회문화의 표점 최고점이 71점으로 가장 높았다. 한국지리와 세계지리가 63점으로 가장 낮았다. 점수차는 8점으로 전년(10점) 보다는 감소했다. 과학탐구의 경우는 지구과학I이 72점으로 가장 높았고, 물리II가 62점으로 가장 낮았다. 10점차가 났다.
올해 정시에서 졸업생의 영향력도 만만찮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능 응시자 중 졸업생 비중이 29.9%(12만5918명)으로 전년 28.3%를 웃돌며 2005학년도 현 수능체제 도입이래 최고치를 찍은 때문이다.
임 대표는 “올해 수능은 코로나19로 인한 격차, 킬러문항은 쉬워지고 준킬러문항은 변별력을 갖춘 까닭에 최상위권은 쉽고 중위권대 어려웠던 시험으로 볼 수 있다”며 “학생수 감소에 대해 결시율마저 최고치를 찍어 수능최저등급 충족인원 또한 큰 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올해 수능은 성적대별로 상위권 수험생에게는 평이했던 것으로 분석돼 예년처럼 소신지원을 하고, 중위권 수험생들의 경우는 적정지원을 한 후 한 장의 카드 정도는 소신지원을 해보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