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제로(0)’다. 2021대입 정시에서 ‘공부 좀 한다’는 최상위권 학생이라면 지원 대학을 놓고 고심하기 마련인 ‘사학의 라이벌’ 연세대와 고려대 얘기다. 작심(?)한 듯 수시전형을 뜯어고친 탓에 정시 모집인원에 적잖은 변화가 생겨서다.
‘가’군 서울대를 정점으로 ‘나’군의 연세대와 고려대, 의학계열 까지 엉켜 격전을 벌이는 최상위권 입시는 수능 1점에 의해 당락이 뒤바뀔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동일 모집군 연고대의 정시인원 변화가 예년과는 확 다른 입시판도를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연세대는 올해 정시에서 1220명(35.6%·정원내 수시이월 미반영 최초인원)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2020학년(1136명·33.1%)에 비해 84명(2.5%p) 증가했다. 수시에서 특기자전형 및 논술전형 모집인원을 대대적으로 손본 데 따른 것이다.
과학인재, 어문학인재, 국제인재 등 특기자전형을 무려 436명(599명→163명) 감축했다. 논술 또한 223명(607명→384명) 축소했다. 이를 통해 수시 학종 외에 정시에도 인원을 분산·배치했다.
이와 별도로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정원외로 모집한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와 협약에 따라 신설되는 삼성전자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정원 50명으로 수시 40명, 정시에서는 10명을 선발한다.
계열별로는 인문·자연 모두 엇비슷하게 늘었다. 인문은 583명으로 39명 증가했다. 자연은 466명으로 마찬가지로 39명 확대됐다. 다만 정원외 시스템반도체공학과(10명)을 포함하면 49명 늘어난 수치다.
학과(학부)별로는 영어영문학과(24명→29명)가 인문에서 가장 많은 5명 증가했다. 다음으로 경제학부(66명→70명), 신학과(18명→22명), 사회복지학과(10명→14명) 각 4명이다. 반면 국어국문학과(18명→16명)가 2명, 경영학과(111명→110명) 또한 1명 축소됐다.
자연계열에서는 최고 인기학과인 의예과(20명→26명)가 6명이나 확대됐다. 이어 기계공학부(39명→43명) 및 생화학과(7명→11명)가 4명이다. 인원이 줄어든 학과는 전기전자공학부(65명→62명)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25명→24명)로 각각 3명, 1명이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수능 반영비율 등 올해 정시전형 방법에 별 변화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모집인원의 변화는 올해 입시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고려대도 만만찮다. 특히 자연계열은 전년도와는 180도 다른 양상을 보일 개연성이 높다.
고려대는 2021학년 정시에서 769명(19.8%)을 선발한다. 2020학년(658명․17.3%)에 비해 111명(2.5%p) 증가했다. 수시전형을 뜯어고친 데다가 전체 정원까지 확대된 데서 비롯됐다.
고려대는 2021학년 모집정원이 90명(3799명→3889명) 확대됐다. 2019년 11월 정부가 발표한 미래·첨단분야 인재확보 계획과 맞물려 융합에너지공학과, 데이터공학과, 스마트보안학부 3개 학과를 신설, 각각 30명을 선발하는 데 따른 것이다.
수시 교과 학교추천전형Ⅰ과 학종 학추Ⅱ를 통합, 인원을 317명(1500명→1183명) 감축했다. 인문(51명)․자연(200명) 특기자전형 인원도 251명(365명→114명) 축소했다. 도합 568명이다. 정원 확대와 수시 축소가 정시 인원 증가에 일조했다.
이와 별도로 반도체공학과(정원 30명)와 스마트국방학과(30명)는 정시에서 정원외로 각각 5명, 12명을 선발한다. 반도체공학과는 올해 4월 SK하이닉스와 협약을 통해 만들어지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사이버국방학과는 매년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이공계열 최고 인기학과 중 하나로 국방부와 협약으로 만들어진 계약학과다.
인문·자연계열만 놓고 보면 모집인원 711명으로 전년도(578명)에 비해 133명 증가했다. 인문계열은(338명)은 증가 인원이 얼마 안된다. 22명 늘어났을 뿐이다.
15개 학과에서 인원이 확대됐다. 영어영문학과(13명→19명)를 비롯해 경제학과(18명→24명), 미디어학부(7명→13명), 자유전공학부(12명→18명) 등이 6명, 행정학과(9명→14명)와 영어교육과(7명→12명)가 각각 5명 증가했다.
반면 인원 축소가 이뤄진 학과도 적잖다. 보건정책관리학부(20명→15명)는 5명 감소했다. 국어국문학과(14명→10명), 철학과(12명→8명), 사회학과(19명→15명), 교육학과(13명→9명)가 4명 줄어든 것을 비롯해 12개 모집단위에서 감소했다.
자연계열(373명)은 딴판이다. 정원외 반도체공학과 및 사이버국방학과를 포함해 무려 111명 확대됐다. 인문계열의 무려 5배다. 간호대학(16명→12명) 4명, 보건환경융합과학부(24명→21명) 3명 등 선발인원이 줄어든 학과는 4개 뿐이다.
자연계열 인원 증가 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19개 학과에서 인원이 증가했다. 전기전자공학부(19명→31명)가 무려 12명 증가했다. 신소재공학부(15명→24명) 및 컴퓨터학과(13명→22명) 각 9명, 화공생명공학과(7명→15명) 및 기계공학부(17명→25명) 각 8명이다. 신설학과는 융합에너지공학과 5명, 데이터공학과 5명, 스마트보안학부 10명을 선발한다.
예년보다 자연계열의 선택이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가지.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2020학년에는 인문계열에서 100% 선발했지만 올해는 인문 50%, 자연 50% 균등 선발하기도 한다.
여기에 수시에서 정시로 넘어오는 이월인원까지 감안하면 올해 연고대 입시는 자연계열 중심으로 더욱 치열한 눈치작전이 전개될 개연성이 높다. 고려대가 자연계 위주로 인원확대가 이뤄진데다 연고대의 수시이월은 인문 보다 자연에서 폭발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타 대학 의대로 빠져 나가는 수시 합격자들이 많다는 게 주원인이다.
연세대 수시이월은 2018학년 297명, 2019학년 267명에 이어 2020학년 242명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매년 공통적인 특징은 인문 보다 자연의 이월이 많다는 점이다. 2020학년에도 인문은 100명(최초 544명→최종 644명)인 반면 자연은 142명(427명→569명)이다.
기계공학부가 무려 27명이 수시에서 정시로 넘어왔다. 다음으로 전기전자공학부 20명, 컴퓨터과학과 17명, 수학과 14명, 화공생명공학부 13명 등이다. 최상위 학과인 의예과에서도 3명이 발생했다. 반면 치의예과를 비롯해 지구시스템과학과, 글로벌융합공학부, 실내건축학과는 이월이 없었다.
인문에서는 최고 선호학과인 경영학과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경제학부 10명, 정치외교학과 및 교육학부 9명, 영어영문학과 8명, 중어중문학과 7명 순이다. 사회복지학과 및 생활디자인학과(인문)은 이월이 없었다.
수시이월 자연계열 쏠림 현상은 고려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018학년 190명, 2019학년 239명에 이어 2020학년 전체 수시이월인원 216명 중 인문이 52명, 자연은 3배가 넘는 163명이다.
의예과에서 무려 23명의 수시이월이 발생했다. 정시 최초인원(15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전기전자공학부 18명, 기계공학부 17명, 화공생명공학과 15명, 생명공학부․ 물리학과․컴퓨터학과 각각 8명 등 이월인원 상위 학과들은 죄다 자연계열이다.
상대적으로 인문은 많아봐야 5명이었다. 정치외교학과다. 다음으로 영어영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 4명이다. 경영대학, 철학과, 일어일문학과, 언어학과, 국어교육과, 보건정책관리학부 각각 3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