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공개채용 시즌을 앞두고 카카오뱅크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네이버파이낸셜 등 핀테크와 빅테크 기업들 위주로 IT 개발자 모시기에 한창이다.
비대면·디지털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우수한 IT 개발인력 확보가 필수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과 IT 전문성을 함께 가진 개발인력이 많지 않고, 금융회사는 선호도도 높지 않아 실제 인력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다 보니 계속 채용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핀테크·빅테크 기업들이 신입 개발자는 외면하고 즉시 전력감만 구하다 보니 신규 고용창출보다는 인력 쟁탈전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 IT 인재 채용 서두르는 핀테크·빅테크
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경력 개발자 채용에 나선다. 총 10개 분야에서 00명 규모로 채용한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카카오뱅크가 불과 두 달여 전에도 대규모 채용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월 43개 직무에서 세 자릿수 공개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1분기 전체를 '대규모 채용 기간'으로 정했다. 토스를 비롯해 토스뱅크와 토스증권, 토스페이먼츠, 토스인슈어런스 등 전 계열사에서 1분기에만 300여 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기업들도 올 초부터 개발자 인력 모시기에 돌입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월 세 자릿수 인력 채용에 나섰는데, 전체 직군 32개 중 20개가 개발 직군에 쏠렸다.
지난달 10일부터 29일까지 개발자 공채에 나섰던 네이버파이낸셜은 당시 모집 직군이던 프런트엔드 및 백엔드 개발자 채용을 상시채용으로 돌려 계속 모집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요 은행들은 개발 전문인력 채용을 올해 상·하반기 정기 채용 시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상시채용 방식으로도 개발자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 대규모 채용 숨은 이면엔
핀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채용 인원은 많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계속 채용 공고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 카카오뱅크가 이번에 모집하는 직군만 봐도 지난 1월 모집했던 직군은 물론 지난해 9월 모집했던 직군과도 상당부분 겹친다.
토스 역시 지난해 9월 내걸었던 직군을 여전히 채용 중이다. 심지어 올해 1분기에는 기존에 지원 이력이 있더라도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당시 평가를 미반영하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네이버파이낸셜 역시 애초 기간을 정해두고 공개모집했던 프런트엔드 및 백엔드 개발자를 상시채용으로 바꾼 이유도 예상보다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금융업계 한 백엔드 개발자는 "금융권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서 IT 발자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능력 있는 개발자들은 서로 모셔가려고 한다"면서 "헤드헌터들로부터 한달에 3~4건 넘게 연락을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등 금융회사는 금융 전문성이라는 또다른 문턱이 있어 개발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분야 중 하나기도 하다"면서 "요즘에는 주류 IT기업이나 게임사들의 인기가 높아 금융회사는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신규 고용창출보다는 경쟁사들 간 인력 쟁탈전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개발자는 "국가 지원 개발자 교육 및 취업 알선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배출되는 신입 개발자들이 결코 적지 않다"면서 "다만 이들 대다수가 IT 전공자가 아니고 단기교육만 거친 후 취업시장에 나오다 보니 선호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실상 대규모 공개채용이라고 하지만 즉시 전력감만 구하다 보니 채용이 더딜 수밖에 없다"면서 "경력직은 물론 신입 개발자들도 채용해 인재 풀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