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대출을 비롯한 자금중개로 확대되면서 은행 본연의 업무를 잠식해가고 있다.
빅테크들은 시중은행보다 더 정확한 중소기업 신용평가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대출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자금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 은행들도 신용평가 과정에서 빅테크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11일 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최근 금융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지급서비스에서 자금 중개로 확대되고 있다. 담보와 신용이 부족해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운 판매자들에 대한 대출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빅테크인 카카오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설립했고, 네이버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우리은행과 협약을 통해 소상공인 대출 서비스를 내놨다.
대출은 은행의 핵심 업무다. 은행은 대출을 통해 수익은 물론 효율적인 자금 배분으로 경제 성장에도 기여한다. 국내은행 총자산 중 대출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대에 이른다.
하지만 은행의 신용평가 기능의 한계로 정보 불투명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실제 신용상태에 비해 대출 금리가 높고 대출 한도가 낮은 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 시 애로사항으로 높은 대출금리와 대출한도 부족, 재무제표 위주의 심사를 들며 정확한 신용평가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은행들은 자금중개 시 차입자의 재무제표 등 경성 정보와 연성 정보를 함께 활용하지만 연성 정보는 대출 심사자와 차입자 간 관계를 통해 얻는 정성적 정보가 대부분이어서 신용평가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빅테크는 자체 플랫폼에서 기업 관련 방대한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해 은행보다 더 정확한 신용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연구원은 빅테크들이 얻는 데이터는 판매 규모와 평균 판매 가격 등 거래 관련 정보는 물론 고객의 평판, 판매의 계절성, 거시경제 민감도 등 매우 다양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줄 수 있어 금융 포용성 확대와 함께 자원배분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이를 잘 활용하되 예상되는 독과점 문제와 시스템 위험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존 은행들은 중소기업 신용평가에선 빅테크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만큼 향후 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