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이르면 7월 중 상장하면서 카카오뱅크 기업 가치와 금융지주 주식 전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쿠팡이 상장한 후 네이버 주가가 재평가된 것처럼 카뱅 상장을 계기로 그간 소외됐던 은행주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카카오뱅크의 고평가 우려와 함께 카뱅 상장으로 오히려 은행주 수급이 카뱅으로 분산되는 반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5일 카카오뱅크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 시장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대개 신청서 접수 후 45영업일 안에 심사 결과가 나오고 예비 심사 통과 후 6개월 안에 상장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빠르면 7월 중 카카오뱅크의 증시 입성이 전망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6년 1월 22일 설립 후 2017년 은행업 인가 후 영업을 시작했다.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31.6%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K-IFRS 별도재무제표 기준 8042억원의 영업수익과 1136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은 26조6500억원, 자기자본은 2조7970억원으로 상장 전 자본비율 관리 등을 감안해 작년 12월 1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올해 최대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았고 무난한 증시 입성이 기대된다. 카카오뱅크는 영업 개시 직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말 기준 149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수신 규모는 23조5000억원, 여신 규모는 20조3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현재 유통 주식수는 4억765만3037주로 올해 IPO를 앞두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발행예정 주식 총수를 8억 주에서 10억 주로 늘렸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하면 1994년 기업은행 상장 후 27년여 만의 은행주 상장이 된다. 그만큼 주식시장 은행업종 내에서는 의미가 크다. 카카오뱅크 상장 시 기업가치는 20조원 초반대로 예상되고 있으며 장외시장에서는 주당 9만원 대에 거래되며 35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의 막대한 기업가치는 주요 금융지주 시가총액과 맞먹거나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상장 후 모바일 주택담보대출과 기업금융으로 분야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밝히는 등 향후 성장성이 반영된 결과지만 고평가 논란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주요 시중은행과 원화예수금 점유율을 비교할 때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점유율이 22%대에서 최대 30%에 육박하는 반면 카카오뱅크는 23조원대로 아직 2%대에 그친다.
대출금의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출금 잔액이 15조원으로 점유율이 9%대로 올라서며 매서운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중소기업을 제외한 법인에 대해서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 목표시장도 가계자금과 중소기업자금 대출시장으로 제한된다.
현재 장외시장에서는 물론 IPO 시 추정되는 기업가치기 상당한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는 셈인데 최근 IPO 열풍 영향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20조원으로 놓고 볼 때도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0배에 달하면서 고평가를 완전히 부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 KB금융의 PBR은 0.5배, 신한지주는 0.44배에 불과하다.
결국 현재 증시에 상장돼 있는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카뱅 상장 시 은행업 전반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면서 금융지주 주식들의 낮은 밸류에이션도 함께 부각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 29일 총가 현재 KB금융과 신한지주의 시가총액은 각각 21조9000억원과 19조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7조4000억원으로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12월 유상증자 당시 주당 2만3500원의 가격으로 환산한 시가총액인 9조3000억원 대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향후 신용대출 규제 강화나 모기지 시장 진출 한계 등으로 추가 여신 성장 동력 확보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더해 카뱅이 오히려 상장 이후에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저신용대출 사업 비중을 높이면서 일반 은행 대비 가지고 있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일부 희석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부각이 그간 기존 은행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고, 최근 거론되고 있는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이 실제 허용될 경우 이 역시 인터넷전문은행과 금융지주 간 기업가치 기대에 대한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부분으로 지목된다.
반면 일부에서는 전통적인 은행업무인 여∙수신 기능보다는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더 주목받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카카오뱅크 상장 시 카뱅의 본격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 심리가 폭발하면서 금융지주와 기존 은행들에 대한 투자 자금이 오히려 카뱅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메리츠증권은 카뱅의 상장은 은행업의 낮은 밸류에이션을 환기시키는 이벤트인 동시에 기관과 외국인 수급이 이탈할 수 있는 리스크를 노출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