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돌풍이 불고 있다. 최근 주요 금융회사들은 사실상 모든 경영활동을 ESG와 연관 짓고 있다.
사실 ESG라는 개념 자체는 최근에 부각되고 있지만 ESG 경영 자체가 낯설진 않다. 금융권 기존 경영활동의 상당수가 ESG와 연관된 만큼 ESG 경영과 잘 매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낯설지 않은 금융권 ESG
금융권에 ESG 바람이 본격화한 건 지난해 KB금융지주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면서다.
뒤를 이어 주요 금융지주는 물론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까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립하면서 ESG가 주요 금융그룹 경영활동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부터 사실상 모든 경영활동에 ESG가 따라 붙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금융회사들은 ESG가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지속가능경영으로, 그리고 이번에 다시 ESG로 이름만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KB금융이 매년 발간하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지난해부터(2019년 보고서) ESG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분야별로 짚어봐도 크게 새로울 내용이 없다.
ESG 중 E(환경)의 경우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금융권이 먼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실제로 녹색금융과 기후금융 등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자리 잡은지 오래다.
녹색채권(그린본드) 발행이 대표적이다. 녹색채권은 신재생 에너지, 환경개선 산업 등 녹색금융 지원을 위해 발행하는 특수 목적 채권을 말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발행하다 2018년 신한은행이 민간은행 중 최초로 발행한 이후 꾸준히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
S(사회공헌) 역시 낯설지만은 않다. 금융권은 고객의 돈을 기초자원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 탓에 사회공헌활동 요구가 꾸준히 이어졌다. 은행들의 경우 은행연합회를 주축으로 지난 2006년부터 매년 6월께 은행권 사회공헌활동을 종합한 '은행사회공헌활동보고서'를 내고 있을 정도다.
지배구조 이슈도 마찬가지다. 금융그룹들은 2017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2017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당시 금융당국은 '셀프연임'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법 개정에 나섰고, 금융지주 회장이 회장추천위원회는 물론 사외이사 선임에도 관여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면서 지배구조가 한 단계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 전 세계 트렌드된 ESG…기존 경영활동에서 구체화해야
이에 따라 금융그룹들 역시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형식적으로 ESG 경영을 내세우기보단 기존 경영활동에 기초해 ESG 경영의 핵심가치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금융회사들은 매년 DJSI(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편입 여부를 공표하는데 이 역시 대표적인 ESG 경영활동으로 볼 수 있다. DJSI는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지수를 말하는데 최근 ESG로 세분화했다. 이미 주요 투자 지표로 자리잡은 비재무적 요소가 최근 ESG로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단 DJSI에 편입되면 대내외 이미지 상승을 꾀할 수 있고, 잠정적 투자 대상에 오른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다우존스와 함께 국내에서 DJSI를 공표하고 있는 한국생산성본부는 "DJSI 편입 기업 주식은 포트폴리오 기반 투자의 잠정적 투자 대상이 되면서 사회책임투자 수요에 따른 직접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기업의 브랜드는 물론 주주가치 제고와 잠재적 투자처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주요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트렌드에 편승해 형식적인 ESG를 외치기보단 기존 경영활동에서 ESG 개념을 구체화할 수 있는 힌트를 찾는 게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