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는 내년 근 10년간 이어진 김정태 회장(사진) 시대를 마무리 한다. 오랜 기간 하나금융지주를 이끌던 김정태 회장이 연임 의지가 없다는 점을 피력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3명의 부회장 중 함영주 부회장과 지성규 부회장이 차기 회장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인사 모두 주력계열사인 하나은행을 이끈데다가 차기 회장 후보군이나 다름 없는 지주 부회장 자리에 올라 지주 주요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정태 회장 내년 임기 종료…하나금융 새시대 열린다
하나금융지주의 두번째 회장이자 하나금융의 역사를 다시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일을 마지막으로 임기가 종료된다. 지난 2012년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2대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맡은지 무려 10년 만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정관 상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선임일을 기준으로 만 70세를 넘어설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김정태 회장이 직접 연임 의지가 없다고 강조한 점 등을 고려하면 10년간 긴 항해를 해온 김정태 호 하나금융지주는 새 선장에게 키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김정태 회장은 재임 기간동안 하나금융지주를 국내 주요 금융지주로 올려놓은 인물로 꼽힌다. 재임 기간동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을 진두지휘했고 비은행 계열사를 적극 늘리며 하나금융지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시켰다.
특히 하나금융 청라시대의 삽을 푼 것도 김정태 회장의 결정이다. 하나금융은 인천 청라국제도시를 새로운 거점으로 정하고 주요 시설들을 청라에 옮길 예정이다. 현재 하나금융의 통합 데이터 센터는 청라에 입주해 있으며 하나금융의 새로운 본사는 연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본격적인 청라 시대를 연다.
차기 회장은 청라국제도시를 기점으로 하나금융을 한단계 더 레벨업 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맡게된다. 김정태 회장이 남긴 하나금융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지는 셈이다.
차기 회장 함영주·지성규 2파전 될까
금융권에서는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 유력 후보군으로 함영주,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꼽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초대 KEB하나은행장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이후 조직 안정화에 기여한 것은 물론 이 기간동안 KEB하나은행이 성장하는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연임 없이 지성규 부회장에게 하나은행장 자리를 물려준 이후에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자리에 올라 하나금융지주의 주요 현안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회장은 물론 내부의 신임도 높아 차기 회장 자리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법적 리스크가 변수다. 함 부회장은 DLF(파생결합증권)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받았고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금감원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의 임기가 끝난 이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불가능하다. 다만 최근 같은 건으로 소송을 진행중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심에서 승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함 부회장의 법적리스크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함 부회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로 이번 중징계가 받아들여진다면 회장 자리에 도전할 수 없지만, 지금은 소송과 함께 징계가 확정된 상태가 아니어서 회장 도전이 가능하다.
함 부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는 지성규 부회장이다. 지 부회장은 하나은행장을 지낸 이후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주의 핵심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 부문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 부회장은 안정적으로 하나은행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은행의 글로벌 핵심사업 영역인 하나은행 중국 유한공사 은행장을 지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디지털 담당 부회장을 맡으면서 디지털과 글로벌 모두를 경험했다는 점 역시 큰 경쟁력이다.
일각에서는 박성호 하나은행장 역시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은 두 부회장에 비해 무게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호 행장역시 인도네시아 HANA 은행장,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 그룹장, 리테일그룹 그룹장 등 요직을 거치긴 했으나 올해 3월 은행장 임기를 시작한 만큼 하나은행장 자리를 좀 더 지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