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포스트 김정태' 찾기 일정을 본격화했다. 함영주‧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 3명이 회장 후보로 추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함영주 부회장이 차기 지주 회장 자리에 가장 가깝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변수가 남아 있다. 함영주 부회장이 채용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의 재판과 DLF(파생금융상품) 제재 행정소송 등에 얽혀 있어서다. 관련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채용비리 무죄)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DLF) 등이 무죄 판결을 받은 판례가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신한과 우리금융 회장들의 과거가 주목받는 이유다.
함영주‧지성규‧박성호 3파전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최근 첫 회동을 갖고 회장 선출을 위한 일정을 본격화했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정태 회장 임기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다. 그런 만큼 회추위는 2월 중 회장 후보군을 압축하고 3월 초에는 최종 후보를 선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련기사: 포스트 김정태 찾아라…NEW 하나금융 이끌 주자는?(21년11월25일)
현재 하나금융의 새로운 수장 후보로는 함영주 ESG 부회장과 지성규 디지털 담당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함영주 부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함 부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후 초대 KEB하나은행장을 맡아 전산 시스템과 각 은행 노동조합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등 조직 안정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취임 당시 1조원 수준이던 하나은행 당기순이익을 1년 만에 두 배로 끌어올렸고, 이듬해인 2016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에 올랐다. 2018년부터는 김정태 회장 옆에서 단독 부회장으로 주요 경영활동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금융권을 비롯한 경영계 화두인 ESG를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재판이 변수…과거 사례는
유력 회장 후보인 함영주 부회장에게도 변수는 있다. 함 부회장이 2개의 소송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함영주 부회장은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3년 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함영주 부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고, 오는 2월25일 법원의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판례를 근거로 함 부회장도 무죄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도 채용비리 사태에 연루돼 재판을 받았는데, 1심(2020년 1월)에선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진행된 2심 판결에선 1심을 뒤엎고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함영주 부회장은 조용병 회장에 비해 채용 과정에서 행사한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 부회장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DLF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통보받고 이에 불복한 행정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2월중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선 같은 건으로 징계를 받고 소송 중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판례가 주목된다. 손태승 회장이 지난해 8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해 말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함영주 부회장(불완전판매 논란 당시 행장)은 지위책임 문제여도 부행장과 본부장까지의 책임이라 행장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은행 법규상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함 부회장의 무죄 판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지만 회추위 입장에선 재판 관련된 사항은 불확실성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 경우 지성규 부회장과 박성호 행장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다.
지성규 부회장은 하나은행 핵심 글로벌 시장인 중국에서 20년 가까이 지내며 역량을 쌓았다는 게 장점이다. 박성호 행장은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전산 통합 작업을 이끄는 등 디지털 금융 분야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