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에 이어 신한금융도 연간 순이익 4조원 돌파 신기록을 세웠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전년보다 증가하며 8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작년 상반기만 해도 KB금융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 하반기 들어 힘이 빠진 모습은 아쉬운 지점이다. 특히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KB금융과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신한금융은 올해 실적에 대해 금리 상승효과에 힘입어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결제 불확실성에 따른 건전성 악화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신한금융도 신기록…순이익 4조원 돌파
신한금융(신한지주)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17.7% 증가한 4조193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8년 연속 순이익 성장세를 이어온 가운데 역대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전날 4조4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KB금융에 이어 금융사중 두 번째로 4조원 클럽에도 가입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전년보다 증가하며 돈벌이가 나아졌다. 신한금융 연간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11% 증가한 9조535억원, 비이자이익은 7.7% 늘어난 3조63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자이익의 경우 대출수요 급증에 따른 자산 증가와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인해 은행과 그룹 전체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됐다. 연간 은행 순이자마진은 1.41%, 그룹은 1.81%로 전년대비 각각 0.04%포인트, 0.01%포인트 나아졌다.
비이자이익은 수수료이익과 유가증권 관련 이익 모두 증가했다. 수수료이익은 증권수탁수수료와 카드수수료 확대, 리스자산 증가에 따른 리스금융 수수료 등이 늘었고 유가증권 관련해선 신한금융투자 자기매매 손익과 신한라이프 자산운용손익 증가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판관비는 전년보다 10.2% 증가한 5조7430억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 허영택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MO)은 "그동안 희망퇴직은 주로 은행이 중심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카드와 신한금융투자, 신한라이프 등 여러 회사에서 상당한 퇴직이 이뤄지면서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신한금융 희망퇴직 비용은 2689억원으로 이중 신한은행(1283억원)에 이어 신한라이프(858억원)도 상당 부분 차지했다.
이처럼 연간 기준 순이익 신기록을 세웠지만 4분기 주춤하며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4분기 순이익은 4598억원에 머물렀다.
당초 증권업계에선 4분기 희망퇴직 비용과 사모펀드 관련 충당부채 적립 등의 영향에도 58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숫자는 이보다 1200억원 가량 낮았고, 이 영향으로 3분기까지 2000억원 수준이던 KB금융과의 격차도 4000억원 정도로 커졌다.
합병 과도기 신한라이프…디지털 경쟁력 강화
신한은행을 비롯해 전 계열사가 고른 성장을 보인 가운데 지난해 합병해 몸집을 불린 신한라이프만 과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해 탄생한 신한라이프는 순이익이 3916억원으로 전년대비 14.3% 감소했다.
신한라이프의 부진은 합병 과정에서 진행된 유휴인력에 대한 희망퇴직과 시스템 통합 비용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양사의 사업모델이 더해지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허영택 부사장은 "지난해에는 합병 비용이 발생해 부진했지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서로 다른 사업모델을 갖고 있었던 만큼 상호 보완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며 "당장 재무적 증가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내년부터는 신한라이프의 손익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의 '쏠'(SOL)과 카드의 '신한play' 등 중 플랫폼 MAU(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전년대비 449만명(31%) 증가한 1881만명에 육박했다.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DO)은 "업계 최고 수준의 MAU 증가는 MZ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던 게 주효했다"며 "배달앱 '땡겨요'와 헬스케어 '하우핏' 등 비금융 분야도 과감한 시도로 고객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배당성향 강화…올해 성장 전망
신한금융은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보통주 배당금을 1960원(분기배당 560원 포함)으로 결정했다. 우선주를 포함한 배당성향은 26%이다.
이태경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FO)는 "지속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자사주 매입 등은 실행 시점에 시장과 소통하고 소각 가능성도 염두에 두겠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경영환경에 대해선 금리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개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긴축통화 정책과 오미크론 확산 등 코로나 변수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건전성 악화 대비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태경 부사장은 "내부 추정 결과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은행 마진은 0.03~0.04%포인트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도 금리상승 등으로 인해 상당규모의 이자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불확실성을 비롯해 올해는 추가적인 자산부실화 우려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2020년부터 보수적으로 설정한 부도율을 유지하고 있고 정부의 금융지원 프로그램 종료 등에 대비해 1789억원을 충당금에 추가로 쌓는 등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