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경신하면서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정부는 물론 시장에서도 고물가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서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가을에야 정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이 연이어 나온다.
이 때문에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한국은행은 이달에도 추가 기준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커졌다. 다만 7월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전망 수준을 벗어나지는 않은 만큼 또 한번의 빅스텝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2일 통계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6.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1998년 11월 기록했던 6.8%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아울러 6월과 7월 두 달 연속 6%대의 상승세를 보인 것도 1998년 10~11월 이후 처음이다.
다양한 품목의 가격이 골고루 오르면서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선에 머문 가운데 달러화 강세로 인한 수입가격 상승으로 석유류 제품이 35.1% 오르며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특히 농·축·수산물이 7.1%, 채소류가 25.9% 상승하는 등 식재료 가격이 오르자 외식물가도 동반 상승했다. 외식물가는 8.4%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달 공공요금이 인상으로 인해 전기, 가스, 수도 역시 15.7% 올랐다.
일단 6%대의 물가상승률은 정부가 어느정도 예상한 수준이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는 물가가 6%대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10월에서야 정점을 찍고 점차 하락곡선을 그릴 것이란 관측이다.
일례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부 전체회의에 참석해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2~3개월간 지속된 뒤 조금씩 안정될 것"이라며 "물가 정점 시점은 10월"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을 꾸준히 밝혀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금리를 큰 폭 인상한 미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도 사라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다.
관건은 10월까지 물가상승률이 정부가 제시한 마지노선인 6%대를 지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올해 3분기까지는 6%대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를 넘어서 7%대로 올라선다면 고강도의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상승률 수준이 6%를 넘으면 훨씬 더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라며 또 한번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 역시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있었던 국회 기획재정부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를 사실상 공식화 했다.
추가 대책으로는 유류세 탄력세율 확대가 가장 유력하게 꼽힌다. 이미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오는 2024년까지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범위를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한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는)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마무리한다면 실제 물가 상황, 재정 및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유류세 조정에 나설 계획"이라며 "예년 보다 이른 추석 밥상물가 안정, 필수 생계비 경감 내용을 담은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조기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