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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채소에 금고기'…추석 앞두고 '고물가' 공포

  • 2022.08.03(수) 06:50

성수품 13개 중 8개, 가격 '껑충'
채소·육류까지 "안 오른게 없네"
'고물가' 10월에서야 정점 예상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추석을 한 달 앞둔 가운데 '고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채소부터 육류까지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장마·폭염에 따른 작황 부진과 글로벌 곡물 가격 인상 등 악재가 겹쳤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수급 안정에 나설 계획이지만 소비자 체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물가가 많이 올라 인하폭이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는 고물가가 10월에서야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의 안정세가 시장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변수도 존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크다. 고물가가 고착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채소·과일·고기…"다 올랐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정부가 오는 추석 성수품으로 지정한 13개 품목(배추·무·배·사과·소고기·계란·닭고기·마늘·대추·밤) 가운데 8개 품목이 전년 동기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추 1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이 6709원으로 지난해(3550원)보다 89% 상승했다. 이 밖에 오이(6660원·10개) 75%, 무(3214원·1개) 68.7%, 애호박(1517원·1개) 60.4%, 파(3065원 ·1㎏) 57.5%, 양파(2612원·1㎏) 39.9%, 당근(3744원·1㎏) 26.5% 등의 가격 상승도 두드러졌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과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복숭아(백도·10개)의 가격은 2만251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9% 올랐다. 포도(캠벨얼리·1kg)도 1년 전보다 42.4% 상승한 1만4623원이었다. 제철 과일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주요 성수품 과일 중 가격이 내린 건 사과와 배 정도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평년 가격(5년 평균)과 비교하면 각각 30.7%, 4.8% 비쌌다. 채소와 과일 가격 인상은 작황 부진에 따른 영향이 크다. 장마와 폭염으로 생산량이 예년보다 떨어졌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도 뛰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쇠고기 등심(600g) 가격은 8만3244원으로 1년 전인 7만8756원보다 5.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갈비(600g)의 가격도 7836원에서 8232원으로 5.1% 올랐다. 국제 곡물 가격 인상으로 인한 여파다. 사료 가격이 오르면서 육류 가격도 오름세다. 엔데믹 분위기에 육류 소비가 늘었던 영향도 미쳤다. 

가공식품·외식 물가에도 영향

그동안 농산물 가격은 다른 가공식품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작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대체재' 역할을 해왔다. 직접 장을 봐서 요리해 먹는 소비자도 늘었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도 급등하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올해 4인 기준 추석 차례상 평균 비용이 30만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농산물이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가공식품, 외식 물가 상승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가능성 높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소 등 농축산물의 가격 인상으로 외식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수 있다"며 "쌀과 과일 등 국내에서 수급하는 원재료도 많다. 앞으로의 가격 상승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4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7.1% 뛰었다. 채소류(25.9%)의 상승률이 높았다. 이는 2020년 9월(31.8%) 이후 최대 상승이다.

정부 나섰지만…효과는 '글쎄'

정부도 물가 잡기에 나섰다. 이달 중 물가 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 성수품 비축물량을 시장에 푸는 방안이 거론된다. 6~7월 중 비축한 봄배추 6000톤과 봄무 2000톤 등 시장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축산물은 수입 소고기, 돼지고기 등 할당 관세를 한시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소고기, 돼지고기에 대한 도축 수수료도 지원한다. 가격 인정을 위한 쿠폰 발행 등 대책도 검토 중이다. 

상품의 가격표를 살피고 있는 한 주부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다만 소비자 체감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인하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축산물 할당 관세의 경우 시장 전반에 적용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미 시중에 풀린 물량이 소진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미 추석이 끝난 후가 될 수 있다. 특히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FTA로 이미 관세가 없던 국가가 대부분이다.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관건은 6%대까지 치솟은 소비자 물가가 언제쯤 꺾이느냐다. 최근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의 상승세는 조금씩 주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물가가 9~10월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1~3개월이 더 소요되는 셈이다. 변수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은 걸림돌로 남을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날씨에 따른 작황 부진도 문제다. 주요 농작물과 과일 등 장마와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의 정점을 9월 말에서 10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특히 추석 명절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추석은 지난해보다 열흘 가량 이르다. 출하량이 예년보다 적은 만큼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석 이후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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