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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판에 금융위가 '카드 3장' 내민 이유

  • 2022.11.17(목) 08:08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 세가지 검토
'포지티브 vs 네거티브' 장단점 다각도 접근
금융권 "이해 충돌 조율이 관건…균형 찾을듯"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취임 공약이나 다름없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규제 완화의 청사진이 그려졌다. 하지만 당국도 신중을 기하는 태세가 역력하다. 오랜 기간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뿌리내려왔던 금산분리 규제라서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의 범위를 법령에 어떻게 규정할지에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닌 3가지 방향을 두고 저울질해가며 최적의 방안을 찾는다는 게 당국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 가운데)은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금융위 제공

①시키는 것만 해라, 대신 늘려주겠다

첫 번째 방안은 현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법령상 허용된 업무만 할 수 있게 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되 할 수 있는 업무를 늘려주는 방안이다. 금융사의 법령을 손질해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로 허용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방법의 경우 감독규정 개정, 유권해석 등 관련 법을 대대적으로 손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금융회사들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늘려주는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가능한 업무'만을 법령에 나열하는 만큼 이해상충의 여지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다만 금산분리 규제를 대대적으로 손본다는 취지는 희석된다.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타 업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애초에 금융회사와 관련된 법이 포지티브 형식으로 제한되고 있어서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유지하는 경우 '규제 일변도'라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당국이 할 수 있는 업무를 정해준다는 것은 은행의 자본을 활용해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고 금융회사도 함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추가되는 업종의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도 필요하다"며 "빅블러 시대에는 업종 간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논란이 가중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②해보고 싶은 것 다 해봐라

두 번째 방안은 제조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융회사의 자본이 투입될 수 있도록 법령을 전면 개정하는 것이다. 포지티브 방식이 아닌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180도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회사의 자본이 중심이 돼 기존 산업의 경쟁력과 색깔이 퇴색되지 않도록 출자한도 등을 설정하는 '안전장치' 정도는 마련한다.

이 경우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비금융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에서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곳이 금융회사인 만큼 비금융 산업의 성장을 위한 '기름칠'이 가능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방안의 경우 법률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금산분리 규제의 핵심 취지인 타 업종 리스크가 금융 리스크로 전이되는 위험성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단점은 이해관계자들의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자본력은 국내에서 가장 탄탄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디에도 쉽게 자금을 댈 수 있는 준비가 된 유일한 업권으로도 꼽힌다. 

한 시민단체 소속 변호사는 "금융법령을 네거티브 형식으로 전면 전환할 경우 금융자본이 우리나라 경제를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투자금융(IB)회사에 한해 출자할 수 있는 범위를 한정하는 등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③포지티브+네거티브 조화

마지막은 절충안이다. 금융사가 직접 하는 부수업무와 자회사 출자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분리해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부수업무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를 적용하되 그 범위를 확대한다. 다시 말해 금융회사가 중심이 돼 할 수 있는 업무는 현행 규제를 유지하되 범위를 넓혀 주겠다는 얘기다. 

대신 자회사 출자의 경우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해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한다. 금융업종의 경우 현재와 같은 규제체제를 유지하지만, 비금융 업종에 자유롭게 돈을 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방안의 경우 금융회사가 직접 수행하는 부수업무는 보수적으로 확대해 리스크, 이해상충의 우려를 낮출 수 있고 자회사 출자는 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도 이 절충안이 가장 현실성 있다고 본다. 은행 관계자는 "첫 번째 안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취지와 거리가 멀고, 두 번째 안은 아예 틀을 바꾸는 만큼 이해상충의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며 "오히려 법령 규제를 정비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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