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복 가입한 단체 실손의료보험을 중지할 수 있고, 연금계좌 세제혜택이 강화됩니다.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치료비 과실책임주의도 도입됩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달라지는 보험 제도'를 안내했는데요. 금융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보험제도 위주로 앞으로 어떻게 바뀌는 것인지, 유불리를 좀 따져보겠습니다.
단체실손보험 중지할까? 말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해 1월부터 시행되는 중복가입 단체실손보험 중지 제도를 우선 챙겨볼 만 합니다. 지금은 소비자 본인이 가입한 개인 실손보험만 보험사에 연락해 중지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단체실손보험도 중지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관련기사 : 단체실손 끊고 회사가 낸 보험료 돌려받을 수 있다(12월 27일)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의 범위가 궁금하실 텐데요. '중지일 이후 잔여기간에 대한 보험료'라고 해요. 단체실손보험은 보험기간이 1년만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회사가 계약체결 시점에 전체 보험료를 지불하거든요.
가령 내년 1월 1일이 재계약시점이라고 하면, 회사가 1계약당 1년치 보험료인 18만696원을 한번에 보험사에 내는 거예요. 보험료는 생·손보헙회에서 제시한 40세 남자 3세대 개인실손보험 월 보험료 1만5058원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단체실손보험은 1년 만기상품이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 상품인 3·4세대 실손보험에 많이 가입돼 있다고 해요. 이 때 회사 직원이 1월 1일에 바로 단체실손보험 계약을 중지시키면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게되는 거고요.
만약 회사의 단체실손보험 재계약 시점이 내년 8월1일에 돌아온다고 하고 12월1일에 중시지키면 남은 기간이 대략 8달이니까 12만464원(1만5058원×8달)을 돌려받게 되는 거고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개인실손보험은 매달 보험료를 내는 형태기 때문에 중지시켜도 나머지 돈을 환급받을 수 없어요. 또 단체실손보험은 의료비중 보험가입자가 내는 몫(자기부담금 비율)이 높은 3·4세대 실손보험에 대부분 가입돼 있다는 점도 알아두셔야 해요.
현재 중병을 앓고 있고, 자기부담금이 아예 없거나 적은 1·2세대 개인실손보험 가입자라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매달 나가는 개인실손보험료가 아까워 중지시켰다간 3·4세대 단체실손보험으로 내는 자기부담금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손보험 중복 가입여부는 한국신용정보원 '크레딧포유' 홈페이지에서 가입 현황과 해당 보험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가입시기에 따라 보장내용, 자기부담비율, 보장한도 등이 달라 개인실손보험을 중지할지, 단체실손보험을 중지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연금계좌 세제혜택 400만원→600만원 확대
내년부터는 개인·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가 확대됩니다. 앞으로 총급여액 5500만원(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기준 연금저축 세액공제 납입한도가 기존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상향되고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친 세액공제 납입한도는 기존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늘어나죠.
예컨대 납입한도를 다 채웠을 경우 총급여액이 5000만원인 A씨가 연금저축으로 공제받을 수 있는 세액이 올해 60만원(납입한도 400만원×15%)이었다면 내년부터는 90만원(납입한도 600만원×15%)으로 늘어난다는 거예요.
총 급여액이 8000만원인 B씨가 연금저축에 더해 퇴직연금 납입한도까지 채웠다면 공제받을 수 있는 세액이 올해는 84만원(납입한도 700만원×12%)이지만 내년에는 108만원(납입한도 900만원×12%)으로 상향됩니다.
또 내년 연금수령분부터 연금수령시 연금소득이 12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 외에 15%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자동차보험금 받기 어려워질수도…
안 좋은 소식도 있어요. 내년부터 일부 자동차보험금은 지금보다 받기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먼저 자동차보험 상급병실 입원료 지급기준이 바뀌어요. 지금까지는 병원에 일반병실이 없으면 부득이하게 입원료가 비싼 상급병실을 이용해도 보험금으로 지급됐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상급병실 입원료 인정 대상에서 '의원급' 동네병원을 제외하고 종합·대학병원 등 '병원급'만 인정하기로 했어요. 일부 의원에서 고의로 상급병실만 설치해 입원 환자들을 받고 고가의 입원료를 청구해 보험금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거든요.
교통사고 경상환자(12~14급)에 대한 보험금 지급도 까다로워져요. 경상환자는 척추 염좌(삔 것) 및 골절(부러짐)을 동반하지 않은 단순 타박상을 입은 환자를 뜻하는데요. 심한 부상이 아닌데도 병원에 장기간 입원치료를 하면서 보험사에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4주를 초과하는 병원 치료를 원할 때는 진단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하고요.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초과분에 대한 치료비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 추후 진단서를 제출하면 제출일부터 추가 치료 종료일까지 발생한 치료비를 인정받을 수 있죠.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대인Ⅱ 치료비중 본인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의 보험(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상해) 또는 자비로 처리하도록 약관을 바꾸기로 했어요.
예를 들어 그동안 과실비율이 80%인 가해자와 과실비율이 20%인 피해자가 똑같은 경상 판정을 받았다고 칩시다. 이후 가해자 치료비가 500만원이 나왔고 피해자 치료비가 50만원으로 책정됐다고 하고요. 그럼 모든 치료비를 각각 상대방 보험사가 지급해야 했죠. 이 경우 피해자 보험사의 손실이 더 큰 상황이 종종 발생해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내년부터는 과실비율을 적용해 가해자는 100만원(500만원의 20%)만, 피해자는 40만원(50만원의 80%)만 상대방 보험사에서 받고 나머지는 본인보험이나 자비로 충당해야 합니다.
다만 보험업계는 "이번 개정은 이른바 '나이롱환자'의 과잉치료를 막고 과실과 책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해요. 선량한 대부분의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겐 해당되지 않는 조치고,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가 줄어들면 전체 보험가입자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다고 보죠.
실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7개 손보사들은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2%가량 내리기로 했어요.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앞서 시행된 자동차보상기준 합리화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어요.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