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금융위, 은행권에 자본적립 주문…4대 은행 7조 쌓아야

  • 2023.05.24(수) 16:49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률 1%로 상향
기업대출 늘고 연체율 높아지자…'대응능력 확보'

금융당국이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제도를 처음 실효적으로 시행한다. 은행 계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들의 손실흡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들 회사는 내년 5월부터는 위험가중자산의 1%를 자본으로 적립해야 한다. 4대 시중은행만 따져봐도 약 7조원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당분간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녹록지 않은 경제 여건으로 인해 이들 금융사가 내어준 대출 등이 부실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돈을 쓰지 말고 쌓아두라는 의미다.

​ /그래픽=비즈워치 ​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열고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 수준을 1%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은행과 은행지주회사는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5월1일부터 각 사에 해당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관련기사: 은행 연체율 상승 '긴장'…충당금에 자본확충까지(5월3일)

CCyB는 은행지주회사와 은행권이 보유한 위험가중자산의 0~2.5%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자본으로 적립하게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6년에 도입됐지만 줄곧 적립수준을 0%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이 처음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금융위가 CCyB 적립 기준을 상향한 것은 경기 침체,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고금리 등으로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하다고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은행을 찾아 적극적으로 대출을 받았는데, 기업의 상환능력은 쉽게 나아지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역시 이번 CCyb 적립수준 상향의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가계신용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기업신용이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경기대응완충자본 관련 지표들이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도 최근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하나, 신한, KB국민,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0%를 기록했다. 일부 은행들은 최근 3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이 상승한 것은 물론 매각 혹은 상각하는 대출채권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라며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를 가리지 않고 대출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고려된 조치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은행지주회사가 고금리 속에 많은 순이익을 거두면서 추가로 자본을 쌓을 여력을 확보한 것도 금융위가 CCyB 적립 기준을 확대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2개 국내은행의 당기순익은 18조5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조6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내외 거시경제 불확실성, 금융부문 리스크 증대, 잠재 손실 현실화 가능성 등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확충을 통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가 이번에 CCyB 적립 기준을 확대하면서 은행들은 조 단위의 돈을 적립할 준비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말 기준 4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KB국민은행 204조7308억원 △신한은행 191조4074억원 △하나은행 182조4276억원 △우리은행 167조48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이 적립해야 하는 CCyB 규모는 약 7조4000억원이다. 다만 금융권은 향후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음에 따라 위험가중자산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제도 실효 시행 시 이들 은행이 적립해야 하는 CCyB 규모는 8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