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이 위기에 빠지자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수출기업 지원에 나선다.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총 23조원 규모의 수출종합지원 방안 중 절반가량을 두 은행이 책임진다.
하지만 두 은행 모두 추가 자금 투입으로 인해 재무 건전성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 문제다. 산업은행의 경우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세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CET1비율(보통주자본비율)이 낮다. 산은 11조, 기은 1조+α 추가 지원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수출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23조원 규모의 추가 금융 지원을 시행키로 했다. 앞서 정부는 정책금융지원협의회를 통해 올해 총 41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수출 주력산업 등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수출 상황이 악화되자 자금을 더 쏟아붓는 것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대표적인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우선 산업은행은 초격차 주력산업(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원자력발전) 지원에 11조원을 투입한다. 또 수출특화 온렌딩 지원을 위해 산업은행은 1조5000억원을 중개금융기관에 별도 배정한다. 조선사들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은행권 등과 함께 지속한다.
기업은행은 1조원 규모 수출기업 설비투자를 지원한다. 산업은행과 함께 5000억원 규모의 공급망 대응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수출에 켜진 '빨간불' 끄려…정부, 23조 투입(8월16일)
산은 BIS비율, 기은 CET1비율 관심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수출 경쟁력 강화와 벤처기업 육성 등 대규모 정책자금공급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정부가 계획한대로 자금 공급을 하기 위해선 재정 건전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산업은행의 경우 하락세인 BIS 비율에 주목할 만하다. 산업은행 BIS 비율은 2020년 말 15.96%에서 올 1분기 13.11%로 2.85%포인트 하락했다. 연결 자회사인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와 HMM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자금 공급이 시행되면 BIS 비율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의 정책자금 공급은 시중은행의 대출 영업활동과 같은 것인데, 결과적으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4월 8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한화오션 정상화와 자체 수익성 제고 등을 통해 BIS 비율을 13%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차질없이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CET1 비율에 관심이 쏠린다. CET1 비율은 최근 금융권에서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배당을 결정할 때도 이 지표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하나금융이 채우지 못한 'CET1비율 13%'(8월4일)
금융당국은 내년 5월까지 은행과 금융지주사(D-SIB, 시스템적 중요 은행 및 은행지주)들에게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1% 적립을 지시했다. 여기에 스트레스완충자본도 도입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금융위, 은행권에 자본적립 주문…4대 은행 7조 쌓아야(5월24일)
현재 금융권에선 내년 5월 적용될 CCyB와 스트레스 완충자본을 감안하면 CET1비율이 최소 11.5%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은행들의 경우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른 버퍼 요구로 약 2.5% 수준을 반영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금융사 자체적으로 버퍼 1.5% 정도를 더해 13% 수준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행 역시 당국 요구에 따라 CCyB를 적립하고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시 자본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다만 시스템적 중요은행에선 제외(산업은행, 기업은행은 제외)돼 시중은행에 비해선 1%포인트 여유가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기업은행 CET1비율은 11.46%이다. 현재 당국이 제시한 수준보다는 높지만 추가자본 적립 기준이 적용되고 정책자금 공급 등으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게 되는 만큼 CET1비율 등도 관리가 필요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정책자금 공급은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BIS비율과 CET1비율 등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CCyB도 최대 부과 기준을 반영해 CET1비율을 운영하고 있다"며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논의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진전이 있으면 해당 기준에 맞게 자본 수준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