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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대신 '수출기업 지원' 특명 받은 은행

  • 2023.08.17(목) 15:23

수출금융 중 시중은행 5.4조 이상 투입
'횡재세' 언급한 김주현, 은행 역할 강조
수출기업 확보 기회…당국 입김은 부담

빨간불이 켜진 수출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그 한 축은 민간 시중은행이 맡기로 했다. 수출기업에 대출금리 인하 혜택을 주고 우대상품으로 등 5조원 이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수출에 켜진 '빨간불' 끄려…정부, 23조 투입(8월16일)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탈리아가 은행에 부과한 '횡재세'를 언급했다. 국내에서도 은행의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도 이번 수출금융 지원을 영업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여전히 관치금융이 현실이라는 점에서는 불만도 새어 나온다.

'수출 살리기' 시중은행 몫 5.4조+α 

금융위원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에는 '시중은행의 수출기업 우대상품 신설'이 포함됐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보증기관에 특별출연 혹은 자체 여력을 활용, 수출기업에 대한 별도의 우대상품을 마련해 수출경쟁력 강화 지원에 동참하라는 게 금융위 요청이다.

시중은행 수출기업 지원 우대상품 규모 및 주요내용/그래픽=비즈워치

은행별 상품에 따라 대출금리는 최대 1.5%포인트, 보증료 최대 0.8%포인트를 우대해 수출기업 비용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 구상이다. 이를 통해 수출기업들은 연간 500억원 수준의 이자와 보증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완전보증 상품과 만기 자동연장 상품을 공급하고 수출을 준비중인 기업이나 리쇼어링 기업까지 우대 대상을 확대한다. 시중은행의 수출기업 우대상품 신설을 통한 지원 규모는 5조4000억원 수준으로 이번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 전체(23조원)의 약 4분의1 수준이다.

여기에 은행들은 정책금융기관 지원 대상 기업에 금리 혜택도 제공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이 특례보증하는 기업에 대해선 대출금리를 인하(0.5~1.5%포인트)하는 것 등이다.

이번 수출금융 지원 방안에 새롭게 포함된 내용인 수출기업들의 환 부담 완화에서도 은행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은행들은 수출 우수기업들의 원활한 수출대금 회수를 지원하기 위해 수출환어음 할인율을 1.2~1.5%포인트 낮춘다. 

수출기업의 중간재 수입에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은행들은 수입신용장 비용을 낮추고 만기도 우대한다. 은행별로 지원 대상 수출기업에 대한 수입신용장 개설수수료를 0.3~0.7%포인트 감면하고, 최초 수입신용장 개설일로부터 최장 1년까지 만기를 허용(현행 최초 개설만기 0~180일)해 단기간 내 중간재 수입대금 결제 부담을 줄인다.

이런 이유로 실제 수출금융 지원 방안에서 시중은행 몫은 5조4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은행권은 평가한다. 

횡재세 언급한 김주현…은행 입장은

그 동안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다양한 역할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조달시장 경색이 심화되자 5대 금융지주는 95조원을 투입했다. ▷관련기사: 정부 요청에 5대 금융지주 구원투수로…'95조 투입'(22년 11월1일) 금융당국 요청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도 자제했다 

이번 수출금융 지원도 다르지 않다. 무역수지는 올 5월까지 적자를 지속하다 6월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무역 의존도가 큰 만큼 수출 경쟁력 활성화가 시급하다. 정부가 금융당국에 금융지원을 주문하고 당국은 시중은행들에 역할을 요청한 이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6일 은행장·정책금융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에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 과정에서 김주현 위원장 '횡재세'를 언급하며 은행 역할 강조했다. 도입 자체는 반론 등도 존재해 쉽지 않지만 은행들이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다.

'횡재세(windfall tax)'란 주로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정상 범위를 넘어선 초과이익을 낸 개인이나 법인에 물리는 세금이다. 비상 시기 특정 부문에서 발생한 과다한 이익을 국민 경제에 돌려놓는 차원에서 시행된다.

김주현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최근 이탈리아에서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는 기사가 있었다"며 "많은 국가들이 급격한 금리인상과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는 데 은행산업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도 대규모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들 입장에선 이번 수출기업 금융 지원을 상생금융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이 필요한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은 정부 정책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상생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혜택 제공 등이 당장은 부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지원한 기업이 성장하면 은행도 이익이 늘고, 새로운 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관치' 영향력 아래에서 매번 구원투수 역할을 부여받는 게 금융산업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은행에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과 은행의 사회적 역할 요구 등이 동시에 지속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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