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중대형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고 있다. 대구은행에서도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1000여건의 계좌를 몰래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앞서 BNK경남은행의 대규모 횡령 사고, KB국민은행의 미공개 중요정보 활용 주식거래 사고가 잇따라 드러난 데 이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10일 고객의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전날 대구은행에 대한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는 금감원이 지난 8일 외부 제보를 통해 인지하면서 시작됐다. 대구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이려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은행 이용자 몰래 다른 증권사의 계좌를 추가 개설했다는 내용의 제보였다.
은행 이용자가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데 활용하는 식이었다. 사문서 위조다. 특히 이렇게 몰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도 동원했다.
이런 불법 계좌개설로 실적을 쌓은 직원들은 여러 지점에 소속돼 있는 있으며, 불법 계좌 개설 수는 10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은행의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이를 알고도 금감원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말 해당 건과 관련한 민원 접수 후,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자체 감사만 진행해 왔다. 하지만 금감원은 제보 입수 직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은행이 본 건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