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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주담대 딜레마]②'사다리'라더니…달라진 정부

  • 2023.08.17(목) 07:44

'40년 보금자리론'이 초장기 주담대 단초
'34세까지' 제한 거론되자 '차별 논란' 역풍

2000년대 초 만해도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이 만기에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보편화된 원금 분할상환 방식은 이때만 해도 드물었다. 만기도 3~5년이 대부분이었다.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갚거나, 차환하는 방식 위주였다.

하지만 주택 시장 과열과 함께 2005년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이라는 개념이 금융규제로 등장했다. 검증된 소득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규제가 도입되면서 만기 10년 이상 장기 대출의 비중이 늘었다. 정부도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장기 고정금리 방식의 모기지를 공급했다.

월별 가계대출 증감액/그래픽=비즈워치

한 때는 금융당국이 추진했지만…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역시 금융당국이 꾀했던 정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만기를 35년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초장기'라 할 정도로 길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21년부터다. 당시 금융당국은 39세 이하 청년과 결혼한 지 7년 이내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만기가 40년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내놓았다. 주요 시중은행은 이와 같이 만기를 40년 이상으로 설정한 주택담보대출을 연달아 취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금융당국의 논리는 '주거 사다리'를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만기가 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어 주택구매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시중은행들도 가세했다. 기존에 만기 35년 대출의 상환기간을 5년 늘려주는 것을 "금리 상승기 주담대 고객을 위한 금융지원"이라며 '상생금융'이라 포장하기도 했다. 초장기 주담대가 정부의 정책을 따라 차주들의 주담대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한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기한연장 프로세스 신설을 통해 기존 금리 조건을 유지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기간을 최장 40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해 고객의 원금상환부담을 크게 경감시켰다"며 만기연장 '혜택'을 받은 고객 수와 대출금액을 공표하기도 했다.

어떻게 손댈까…아니면 두고 볼까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뒤바뀐 모습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에 가속 페달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주담대 만기를 50년으로 늘린 상품이 은행권에 잇달아 나왔다. 주요 4대 은행에서만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조2000억원이 넘는 대출이 50년 만기로 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건당 평균 2억원이라 할 경우 6000건이 대출 집행된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은행들이 출시한 '5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우회하는 일종의 '꼼수'가 되지 않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정책모기지 하반기 공급속도 조절"…방식은(8월10일)

일단 금융당국은 현재 만기 5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추가 규제를 공식화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규제 가능성은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만 34세까지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주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40~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일단 만기 50년 주택담보대출의 취급 추이를 모니터링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다만 DSR 규제를 우회한다는 지적들과 관련해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 규제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에 신중론도 존재한다. 주택경기 회복이 그나마 경제 동력이 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를 내놓으면 실물경기가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최근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원리금 부담이 적은 대출을 규제했다가는 주거 사다리를 없앴다는 비판 여론도 나올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가계부채에 대해서만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주택 가격 추이, 부동산 경기 등 여러 상황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일단은 창구지도 정도로 손대면서 가계부채 추이 등을 조금 더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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