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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의 '출사표'…금융권 유독 긴장하는 이유

  • 2023.08.30(수) 06:14

네이버 파이낸셜, 금융플랫폼 '진화' 본격 선언
'네이버' 인프라…회원수부터 서비스까지 '고래'
철저한 중개자 자처…막강한 규제에서 '자유'

네이버 파이낸셜이 본격적인 금융산업 정복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네이버 앱을 통해 개인 고객의 금융서비스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원 스톱 금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네이버가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을 흡수하기 시작하면 금융회사들은 철저한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금융, 모두 네이버 페이로 헤쳐모여 

지난 24일 박상진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는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진행된 '팀 네이버 컨퍼런스 단 23'에 참석해 네이버 페이 서비스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금융 플랫폼의 진화를 선언했다. ▷관련기사 : 네이버페이, 이제는 '금융비서' 넘본다 

박상진 대표가 그린 청사진은 네이버 앱 안에서 모든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내 금융자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한 가입 등 금융뿐만 아니라 부동산, 자동차 등 금융과 연관이 깊은 자산까지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 네이버 페이가 제공중인 금융 서비스. 자산관리, 결제, 금융상품 가입, 증권 정보 및 부동산 정보 열람 등을 제공중이다. ​

현재까지 박 대표가 그린 청사진 80%가량의 서비스는 이미 제공중이다. 네이버 페이에서는 결제 서비스는 물론 이제는 금융앱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신용정보 변동 △결제내역 조회 △금융자산 조회 등을 제공 중이다. 아울러 △보험금 청구 △금융상품 가입 △부동산 자산 관리 △자동차 자산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페이가 앞으로 힘 주는 부분은 새로운 금융상품 가입이다. 지금은 예·적금, CMA 등 여러 금융회사 수신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다. 여신상품 역시 일부 금융회사의 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 대출 등을 비교해 보고 가입할 수 있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담보대출 비교 가입, 보험 비교 가입, 주식매매 연결 서비스 등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대표 앱인 '뱅킹앱'에서 계열사간 정보 공유 제한 등으로 인해 제공하지 못하는 '원 앱' 금융서비스를 네이버라는 플랫폼에서 모두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네이버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검색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검색 기능을 도입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해 금융 서비스 가입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위협적인 이유①…'고래' 네이버 

사실 네이버 파이낸셜이 내건 출사표는 이른바 '빅테크'들이 내걸었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기존 금융회사들이 긴장하는 정도는 다른 회사들이 목표를 내걸었을 때와 사뭇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모기업인 '네이버'의 플랫폼 경쟁력에서 기인한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네이버의 월간활성화 사용자 수(MAU)는 3907만명에 따른다. 너나 할 것 없이 네이버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네이버 파이낸셜의 고객은 바로 이 네이버 사용자를 바탕으로 한다. 다른 빅테크들과 달린 네이버 회원이라면 네이버 파이낸셜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입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플랫폼 기업의 핵심인 '고객 확보' 측면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인력과 비용이 적게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네이버 페이가 3300만명의 회원, 370만개의 사용처, 누적결제액 200조원이라는 기록적인 결과를 달성하는 데 10년도 걸리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네이버 페이는 지난 2015년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네이버 파이낸셜과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네이버 부동산, 네이버 증권 등은 이미 업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MAU만 1000만명에 달한다. 금융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필수로 요구되는 '인증' 서비스 역시 네이버 자체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다른 앱을 방문하는 절차없이 소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금융상품 비교 부문에서 네이버라는 플랫폼이 지니고 있는 경쟁력이 크게 발휘될 것으로 관측된다. 바로 검색이다. 네이버 파이낸셜은 직접 상품을 제작해 공급하지 않더라도 고도화 된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를 바탕으로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 금융회사 디지털 전략부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한 눈에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핵심이 되는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유입되는가와 얼마나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느냐로 보인다"라며 "네이버는 이미 국민이 궁금하면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의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서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위협적인 이유②…철저한 '중개자' 전략

네이버는 금융산업을 핵심 먹거리중 하나로 선언한 카카오, 토스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하면 중개인의 역할에 주력하는 전략을 펼친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카카오페이증권, 토스가 △토스뱅크 등 금융회사를 직접 지배하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전자금융업자인 네이버 파이낸셜 외에는 금융회사를 지배하지 않는다. 타 금융회사의 상품을 철저하게 '중개'만 하는 구조다.

이 전략의 핵심은 바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금융산업은 우리나라 산업군중 가장 규제가 강력한 업권으로 분류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금융 규제에서 자유롭고 책임질 영역도 극히 줄어든다.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아울러 이는 모기업으로부터 적극적인 투자 등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금융지주 회사가 아닌 비금융 주력자 기업집단중 지배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규모가 클 경우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금융복합기업집단' 선정이 가장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매년 금융복합기업집단을 지정해 금융회사가 아니더라도 직접 관리·감독한다. 선정 여건은 △여수신, 보험, 금융투자업중 2개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는 기업집단 △금융위 인허가·등록 회사 1개 이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이다. 올해에는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DB △다우키움 등 7개 기업집단이 선정된 바 있다. 

금융권은 매년 카카오의 금융 자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카카오 역시 금융복합기업집단에 속해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면 같은 빅테크이면서 라이벌인 네이버는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고 평가한다. 네이버가 직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금융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철저하게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계열사 금융상품 판매에 좀 더 무게추를 둬야 하는 다른 플랫폼 기업보다는 경영방침이 더 유연할 것"이라며 "규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부동산, 자동차 등과 같은 다른 이종업권과도 연계가 더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산업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고 중개자 역할만 한다지만 워낙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상품을 공급하고 직접 판매하는 금융서비스 소비 루트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며 "당장 일반적인 쇼핑 등 커머스의 판도를 바꿔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는 금융상품 공급만을 담당하게 되는 구도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며 "금융회사 역시 생존을 위해 고객이탈을 방지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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