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착륙을 위한 정책방향은 금융당국이 인센티브와 일시적 규제 완화 등으로 지원하되 주체는 민간 금융사들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은행과 보험업권이 구원투수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PF 사업장 사업성에 따라 신규자금을 투입하고 부실 사업장에 대해선 경·공매 매입자금을 공동으로 대출하는 신디케이트론도 조성한다.
은행권에선 금융불안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반복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번 PF 정상화 방안에 대해선 실제 자금을 투입하려면 사업성 평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구원투수 등판한 은행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구조조정을 위해 자금이 선순환하도록 금융사들에 인센티브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상 사업장에 대해선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부실 사업장은 경·공매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관련기사: 부동산PF '부실사업장' 자금 지원해달라, 당근줄테니(5월13일)
은행권에 대해선 부동산 PF 사업장 신규 자금공급에 대한 건전성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추가자금 공급으로 PF 사업성이 개선되면 사업성 재평가 근거를 마련토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전 금융권이 대상이지만 실질적으로 은행권의 자금공급 여력이 가장 큰 상황이다.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의 재구조화와 정리를 위한 여건을 조성할 때도 은행이 등장한다. 시중 5대 은행과 5개 보험사가 PF 경·공매 매입자금을 공동으로 대출하는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향후 단계적으로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인데, 이 경우 각 은행은 산술적으로 5000억원까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PF 사업장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여신 분류 기준을 완화해 자금 공급을 유도하고, 부실 사업장 정리에도 은행의 자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 같은 방안을 두고 은행권에선 반복되는 구원투수 역할론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최근 금융불안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당국은 민간 금융사들에게 시장 안정을 위한 자금 투입을 요청한 까닭이다.
지난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조달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금융당국은 5대 금융지주에 유동성 공급을 요청했다. 당시 금융지주들은 총 95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혔는데, 이 중 12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 등 조성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관련기사: 정부 요청에 5대 금융지주 구원투수로…'95조 투입'(22년 11월1일)
지난해 말에는 이자환급을 포함해 은행권이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방안도 마련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7~8년전 PF 사업 손실 경험을 통해 최근에는 본PF에만 참여하는 등 보수적인 운용으로 부실 사업장이 거의 없다"며 "하지만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또 다른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옥' 판별이 관건
금융당국은 이전부터 PF 시장 안정화를 위해 '옥석가리기'를 강조해왔다. 이번 대책 역시 정상 사업장과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을 엄정하게 판별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전체 PF 사업 가운데 약 10% 정도만 부실 사업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PF 시장 정상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권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은행들이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선 사업성 평가가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를 세분화하고, 신규자금 투입에 대해선 건전성 기준 완화 등을 적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은행권 자체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업장에는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다른 시중은행 부동산 PF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옥석을 가려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옥'이 아닌 '석'이 많거나 정상 사업장 평가를 받아도 리스크가 있다면 자금을 넣기 쉽지 않다"며 "사업성 평가가 은행이 PF 시장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