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서 약 2조4100억원대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투자 잔액은 58조원에 달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20% 이상 하락한 미국과 유럽 지역에 해외 부동산 투자금이 몰려 금융사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7조6000억원으로, 석 달 전(56조4000억원) 대비 2.1%(1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금융권 총자산 약 6859조원의 0.8% 수준이다.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해 투자 손실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금감원 평가다.
투자 잔액을 업권별로 보면 보험이 31조3000억원으로 절반 이상(54.4%)을 차지했다. 은행 11조6000억원(20.2%), 증권 8조8000억원(15.2%), 상호금융 3조7000억원(6.4%) 등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가 34조8000억원(60.3%)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11조5000억원·20%), 아시아(4조2000억원·7.3%) 순이었다.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 투자상품이 아닌 부동산·인프라·원자재 등 다른 자산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된 저금리 국면에서 미국, 유럽 등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붐이 전세계적으로 일었다. 국내 금융사들도 이 흐름에 편승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자 공격적으로 늘린 해외 부동산 투자가 손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투자금 35조1000억원 중 2조4100억원(6.85%)에서 기한 이익 상실(EOD)이 발생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기한 이익 상실은 채무자가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 담보 가치가 부족해질 경우 채권자가 만기 전에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투자금 전액이 손실을 냈다곤 볼 수 없다. 투자자간 대출조건 조정이나 만기연장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미국·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 내림세가 주춤했지만, 추가 가격 하락 위험을 배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고점(2022년 4월) 대비 24.6% 떨어졌고, 유럽은 고점(2022년 5월) 대비 25% 하락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고 EOD를 비롯한 특이동향 신속보고체계를 운영하겠다"며 "금융사의 대체투자 프로세스를 점검해 내부통제 강화 등 리스크 관리 역량도 제고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