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부당대출 후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확인됐다. 금융사고 인지 후에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고, 사고가 자주 발생한 영업점에 대한 감사체계 역시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은 2024년 정기검사 결과 국민은행에서 89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291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90건이 확인됐으며 부당대출 규모는 649억원이다.
이들 은행은 주로 허위 매매계약서를 이용해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고, 실거래가보다 큰 금액의 대출을 내줬다. 브로커 등과 공모해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물색하고 타인 명의의 대출을 취급한 사례도 확인됐다.

KB, 직원 공모한 부당대출 잦은데…감사는 맹탕
국민은행은 영업점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 대출에 조력하고, 일부 대출에 대해 금품 및 향응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적발된 팀장은 지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고 차주가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했다. 여신서류를 직접 위·변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개별 영업점에서 금융사고가 빈발함에도 감사체계는 느슨했다. 금감원은 △일률적인 내부감사 주기(3년) △짧은 감사기간(3~4영업일) △과거 사례 위주 사고 위험분석 등을 지적했다.

해외 자회사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도 발각됐다. 국민은행은 한 해외 자회사에 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했는데, 이를 위해 이사회를 먼저 개최한 뒤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었다. 자금을 지원하려면 리스크관리위원회가 해당 국가의 한도를 확대해야 했음에도 이사회를 먼저 찾은 것이다.
금감원은 "자회사가 소재한 국가는 2개월 전에 내부 기준상 요주의 국가로 분류돼 국가 리스크 한도가 축소됐는데도 자금 송금을 하기 위해 한도를 상향했다"며 "리스크관리위원회 차원의 검토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아울러 해외 자회사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자회사의 부실자산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했는데, 이는 사실상 은행이 지배하는 회사였다. 이 과정에서 매각대금에 대한 지급보증 6400억원, 한도성 대출 653억원을 제공하는 등 우회적으로 자회사를 지원했다. 결국 자회사의 부실채권 위험을 떠맡은 것이다.
이밖에 △브릿지론 편법 취급 △부동산담보대출 부실 이연·확대 △개인신용정보 무단조회 사례 미점검 등이 확인됐다.

NH, 대주주에 거액 배당·우회 지원도 여전
농협은행은 정기검사 결과 부당대출 649억원을 취급했고, 이를 통해 1억3000억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렸다.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여러 허위 차주를 모집하고 이들의 명의로 분할해 승인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중장기적 계획 없는 자본유출도 지적했다. 농협은행은 매년 대주주에 거액의 배당 등을 지급했다. 단순자기자본비율이 전체 은행지주 중 최저 수준인 가운데 이같은 결정은 자체 위기대응능력을 약화했다고 봤다.
대주주에 대한 우회지원 관행도 여전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주의 대주주 특수관계인 재단에 지정기부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목적사업을 우회 지원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후 은행은 내부통제절차를 강화했지만, 다른 자회사는 이런 관행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2022년 검사에 이어 2024년 검사에도 자회사의 기부금 관련 지주 차원의 통제절차가 미흡했다"며 "대주주 및 계열사 여신을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영향 분석 없이 대주주 지원성 사업을 영위하는 등 우회적인 대주주 및 계열사 지원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