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유명무실 은행 내부고발, '준법제보' 되면 사고 줄까

  • 2025.03.14(금) 09:20

금감원, 은행권과 '준법제도 활성화 방안' 추진
내부고발 낙인효과 없애고 내부통제 강화 목적
은행권에선 회의적…'이름만 바꾼 내부고발'

금융당국이 온정적 조직문화 쇄신을 위해 '준법제보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내부고발이 준법제보로 이름을 바꿔 시행한다고 해서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온정적 조직문화 "안돼"…준법제보 활성화

금감원은 최근 올해 은행 검사부문 업무설명회에서 "온정적 조직문화를 쇄신하겠다"며 "은행권과 함께 준법제보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제보자에 부정적 낙인을 찍지 않도록 '내부고발'이라는 표현을 '준법제보'로 변경할 계획이다. 은행권 모범규준인 '금융사고 예방지침'과 금감원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등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에도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통해 내부고발 제도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가 끊이지 않자 3년 만에 '준법제보 활성화 방안'을 새롭게 내놓는 것이다.

현재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은 모두 내부고발제도를 운영 중이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내·외부 채널을 운영하고, 손실 내용과 사고 예방 정도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내용은 비슷하다.

다만 KB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내부고발'이라는 표현을 바꾸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6년 내부고발 제도를 '올바른제보제도'로 명명하고 임직원의 부당행위를 제보받고 있다. 평가 항목 및 배점을 구체화하고, 포상금 외 인사상 우대 등의 보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직원 간 불신과 고발을 조장하는 제도가 아닌, 은행 내 상호 견제를 통해 발전적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내부통제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올바른제보'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준법제보 '뭐가 달라지나'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일선 현장에서 이를 활성화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 직원으로서 높은 윤리의식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동료의 행위가 부당한 것인지 확신을 가지기가 어렵다"며 "내부고발이 반드시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조사 과정에서 부당함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준법제보라는 표현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내부고발의 경우 법적, 내규적으로 잘못된 점을 내부자가 지적한다는 의미가 분명하지만, 준법 제보에서 준법과 제보의 범위를 각각 어디까지 정의할지가 문제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준법제보라는 표현만 보면 내부고발에서 좀 더 확장한 의미로 들리는데, 은행에 재산상 피해를 미치는 현재 제도보다 더 소소한 것들까지 제보가 가능한 것인지 의미가 모호하다"며 "제보 건수는 많아질 수 있지만, 실제 부당대출 등의 방지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자율적인 내부고발 제도까지 당국이 개입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라 내부고발 제도가 감독 대상이긴 하지만, 실제 운영은 각 은행이 정한 내부 제도를 따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의견을 취합하고 결론을 내리면 은행연합회 모범규준 등이 그대로 개정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은행으로서도 고민이 많은 지점인데 당국의 의견이 강하게 작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