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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매운맛' 이유 있었네…2300억 부당대출 우리금융 위기

  • 2025.02.04(화) 10:00

금감원, 지난해 금융지주·은행 검사결과 중간발표
손태승 전 회장에 더해 현 경영진 체재서도 부당대출
자본비율 산출 오류·M&A 절차 미흡·계열사 우회지원도

금융감독원이 주요 금융권에 대한 정기검사 중간발표를 통해 '매운맛'을 단단히 보여줬다.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감독당국이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이 벌어진 우리금융·은행을 주로 겨냥했다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에도 유사한 부당대출이 상당수 실행됐다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은근히 압박했다. 더불어 자본비율 산출 오류,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 절차 미흡, 자금중개 기능 훼손, 계열사 우회지원 꼼수까지 구석구석 파헤쳤다. 

/그래픽=비즈워치\

4일 금감원은 '2024년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검사결과'를 통해 우리·KB·NH금융과 신한투자증권, 토스뱅크 등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사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검사결과를 담은 보도자료 절반가량이 A금융지주 및 A은행에 할애됐다.

금융권 시선은 곧바로 우리금융·우리은행에 쏠렸다. 지난해 5개월여간 상시로 검사를 받았던 우리금융·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이 터진 뒤 금감원으로부터 재검사를 받고 10부터 약 두달 간 정기검사가 진행됐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은 '매운맛' 검사 결과를 예고한 바 있다.▷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이복현식 '매운맛' 어디까지…우리금융, 검사 결과 촉각(1월15일)

우리은행 2330억원 부당대출

현장 검사 결과를 보면 우리·KB·NH농협은행서 총 3875억원(482건) 규모의 부당대출이 확인됐다. 이 중 우리은행에서 전체의 60% 수준인 2334억원(101건)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기존 확인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350억원 이외에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이 추가로 나왔다. 

/표=금융감독원

이렇게 적발된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총 730억원 중 451억원이 현 경영진 취임 이후(2023년 3월~) 취급됐다. 전체 부당대출 가운데 46.3%에 해당하는 338억원이 부실화된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대출분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손 전 회장 외에도 우리은행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 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내줬다. 이 중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고 전체 부당대출(1604억원) 중 1229억원(76.6%)이 부실 판정을 받았다. 

우리은행에선 손 전 회장이 은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한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5개월간 미보고했고, 이에 따라 금감원 검사 및 검찰 수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자본비율 산출도 '문제'

금감원은 자본비율 산출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1.96%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당국 권고치인 12%를 밑돈다. 그런데도 주가지수옵션 거래 확대, 부실채권(NPL) 사업 확충 등 고위험 자산 위주의 투자성향을 보여왔다. 

이에 더해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비중이 높은 계열 신탁사에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우리금융은 CET1 비율 산출 시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렇게 숨겨진 부실 위험을 모두 반영하면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이 10~20베이시스포인트(bp) 추가 하락한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리스크위원회-이사회 20분 차 개최

동양·ABL생명 인수 등 주요의사 결정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임 회장이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한 것이다. 내규에 따르면 M&A 등 주요 경영사항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픽=금융감독원

하지만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해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지주의 자회사 편입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지만 이런 중요사항이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경영목표도 자의적으로 변경했다. 우리금융·은행 모두 '기업금융확대'를 지난해 경영목표로 잡아 놓고도 은행은 지난해 3분기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기업대출 감축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핵심성과지표(KPI)를 수정했다. 이사회 보고도 없었다. 우리금융은 주요 자회사인 은행 경영진이 영업목표를 임의로 바꿨는데도 이를 통제하지 못해 은행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이 훼손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NPL 사업 우회지원 '꼼수'

/그래픽=금융감독원

계열사 우회지원 꼼수도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부실채권(NPL) 전문 투자사인 우리금융에프앤아이(F&I)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특수목적회사(SPC)가 발행한 NPL 후순위채권을 담보로 약 3500억원의 대출을 취급했다. 현행법상 자회사 간 신용공여 시 지주회사 등에 대한 채권을 담보로 취득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나 SPC를 이용해 규제를 비껴갔다. 

우리금융F&I는 대출자금으로 NPL을 추가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다시 대출을 받는 순환 구조를 통해 외형을 확대했다. 2022년 말 3361억원이었던 자산규모가 지난해 9월 말 1조3802억원까지 가파르게 불었다. 이에 따라 그룹 내 신용리스크 및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상승했고, 우리금융은 이에 대해 별도 조치하지 않아 지주 차원의 실질적 리스크 관리가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체계적 감독방안 마련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 드러난 은행지주 경영 관리상 취약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감독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새로 도입된 책무구조도에 따른 내부통제 관리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해 책무구조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모하고, 향후 금융사고와 관련하여 관리의무를 소홀히 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다. 부당대출 취급 등 위법 사항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제재한다. 

이 원장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회사별 취약점에 대해서는 향후 재점검 등을 통해 개선실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후속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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