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시중은행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1~2%로 관리할 예정인 가운데 시중은행과 당국의 시각이 엇갈린다. 당국은 작년과 달리 정책대출과 대환대출을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1~2% 증가율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은 이를 제외해도 여전히 팍팍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연초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도 등을 제한하면서 반대로 대출금리 인하를 강조하고 있어 대출수요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3조931억원(0.4%) 증가했다. 작년 9월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를 견인한 건 주택담보대출이다. 주담대 잔액은 같은 기간 3조3835억원(0.6%) 늘었다.

금리 인하에 정책까지…대출 수요 폭증
시중은행은 현 상황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정한 올해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이 1~2%에 그쳐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을 조절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금리 낮아지니 대출 상담이 쏟아져서 은행으로선 이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고민"이라며 "4~5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정책이 나오기 전 대출이 가능한 마지막 달이라는 생각에 다들 최선을 다해서 대출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경기 살리기에 나선 정부 정책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과 대치된다는 반응도 많다. 금리 인하가 지속할수록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 주요 지역으로 주택 매매 수요가 몰릴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리면서 서울에서도 상급지에만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수도권의 수요가 폭증하는 정책을 내놓고서 시중은행은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도 어떻게든 관리를 해야 하니 결과적으론 금리를 마냥 내리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은 연초니까 한도가 좀 있어서 대출을 풀고 있지만, 수요가 더 늘면 여러 정책을 통해 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국 "낮은 수준 아냐" vs 은행 "연말 대출 막힐 수"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관리 대상이 축소(정책대출 제외 등)된 점을 고려하면 1~2%의 증가율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올해부터 정책성 대출과 대환대출을 가계대출 관리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작년 은행권 가계대출의 실제 증가율이 올해 목표와 비슷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은행권(시중·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의 가계대출 증가분은 46조2000억으로 이중 정책성 대출은 20조7000억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3.19% 내외로 추정된다. 금융위는 정책대출 상당수가 시중은행에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작년보다 팍팍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2%라는 수치 안에는 작년 목표를 초과한 은행들의 페널티 등 모든 변수가 들어있다"며 "전반적인 은행권 증가율은 작년보다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중은행의 상황은 다르다. 각 은행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작년 가계대출은 전년보다 6.03% 증가했다. 여기엔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성 대출이 포함됐지만, 이를 제외해도 3%대 증가율로 낮아지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은행별 증가율이 내려오지 않아서 정확한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대출 수요가 폭증하는 지금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도가 고갈돼 연말에 대출이 막히는 일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