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0억원’. 시몬느그룹의 모태 ㈜시몬느의 2013사업연도(6월결산법인·2013년 7월~2014년 6월) 매출(연결) 실적이다. 2015년 6월 주력사업인 명품 핸드백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부문을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이하 시몬느액세서리)으로 떼어내기 직전이다.
‘1440억원’. 2003년 매출 수치다. 10년 새 무려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몬느의 지칠 줄 모르는 성장속도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매년 예외 없이 성장하며 단 한 해도 뒷걸음질 친 적이 없다.
벌이라고 안 좋을 리 없다. 영업이익은 117억원에서 1560억원으로 13배로 불어났다. 당연히 흑자를 거른 적도 없다. 2007년 이후로는 줄곧 두 자릿수 이익률을 기록하며 2013년에는 18.8%를 찍었다.
돈 쓸어 담은 시몬느 모자람 없는 배당
시몬느가 돈을 쓸어담다시피하다 보니 주주들이 ‘돈벼락’을 맞을 건 뻔했다. 시몬느는 해마다 어김없이 배당금을 뿌렸고, 사주(社主)인 박은관(67) 회장 일가는 모자람 없는 배당수익을 챙겼다.
현재 확인 가능한 범위로만 보면, 박 회장 일가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적게는 80.4%, 많게는 88.2%의 지분을 소유해왔다. 개인별 지분은 나와 있지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80%가 넘는 절대 지분을 보유해온 것을 볼 수 있다.
2003~2013년 ㈜시몬느가 주주들 손에 쥐어준 배당금이 총 979억원이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벌이가 좋아지자 배당 규모 또한 늘려왔다. 30억원으로 시작해 2012~2103년에는 한 해 200억원을 풀었다. 박 회장 일가가 챙긴 배당수익이 792억원에 이른다.
또 있다. ㈜시몬느는 시몬느액세서리를 쪼갠 뒤 지배회사로 남은 뒤에도 2015~2016년 60억원을 배당했다. 일가 몫이 53억원이다. 이것까지 합하면 박 회장 가족이 ㈜시몬느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눈에 보이는 것만 845억원에 달한다.
참고로 지금의 ㈜시몬느는 사업적으로는 이렇다 할 게 없다. 브랜드 유통, 금융, 부동산 개발 분야의 6개 국내·해외 계열사를 거느린 사실상의 지주회사로서 존재감을 가질 뿐이다.
다만 2019년 이후 자체사업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옛 시몬느벤처빌딩 자리에 오피스텔을 짓는 분양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몬느가 2020년 166억원의 분양수입이 잡히며 187억원 매출(별도기준)에 4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이유다.
시몬느액세서리 ‘화끈 배당’…노난 박은관 일가
박 회장 일가에게 남부러울 게 없는 ‘돈줄’로서의 존재감은 시몬느액세서리에 이르러 더욱 뚜렷이 각인된다. 사실 기업분할 전 ㈜시몬느의 배당수익은 시몬느액세서리가 쥐어준 것에 비할 바 못된다.
시몬느액세서리는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622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8.9%(3960억원) 축소된 수치다. 영업이익은 467억원으로 65.5%(885억원) 감소,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익률 또한 13.3%→7.5%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나아졌지만 매출 3340억원에 영업이익은 434억원 수준이다.
반면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명품 핸드백 브랜드들이 직격탄을 맞아서 그렇지 직전까지 시몬느액세서리의 실적은 180도 딴판이다. 2015년 6월 설립 이래 2019년까지 4년 반(2016년 6월결산→12월결산) 동안 한 해 매출이 평균 1조260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650억원으로 이익률이 16%가 넘는다.
시몬느액세서리는 결산․중간 배당을 통틀어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현금배당을 했다. 어마무시하다. 2019년만 걸렀을 뿐, 2017년 1350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1560억원, 2020년에도 466억원 도합 3400억원을 풀었다.
박 회장 일가가 노났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시몬느액세서리가 ‘화끈 배당’을 하는 동안 소유한 지분이 줄곧 61.85%다. 일가가 배당으로 챙긴 수익이 2100억원에 달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