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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휴온스 아들 3형제, 한푼 안들이고 260억 노난 이유

  • 2023.02.07(화) 07:10

[중견기업 진단] 휴온스②
윤인상 이사 등 33억 BW 워런트 인수
2013년 주식전환…당시 지분의 70%
현 지주회사 지분 9.4% 형성에 절대적

‘대(代)물림, 참 쉽쥬!’라는 말 내뱉을 법 하다. 최소의 비용으로 지분세습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법을 보여줬다. 중견 헬스케어그룹 휴온스(Huons)의 2대 경영자 윤성태(59) 회장(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이런 존재다.  

맏아들 20대 접어들 무렵 ‘스타트’

2016년 5월 휴온스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모태기업 옛 ㈜휴온스를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존속)과 제약사 현 ㈜휴온스(신설)로 쪼갰다. 현재 휴온스글로벌 지배 아래 ㈜휴온스, 휴메딕스, 휴엠앤씨 등 6개 자회사와 휴온스푸디언스 등 3개 손자회사가 포진해 있는 이유다.  

윤 회장은 휴온스글로벌 1대주주로서 지분 43.77%를 소유 중이다. 전 계열사를 장악하는 강력한 오너쉽의 원천이자 경영권 자체다. 바꿔 말하면, 후계승계의 지렛대 또한 ‘온리 원(Only One)’ 지주회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윤 회장이 아들 3형제의 휴온스글로벌 지배기반 조성에 부쩍 공을 들인 배경이다. 

게다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3형제가 이미 9.4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게 방증이다. 장남 윤인상(34) 휴온스글로벌 이사가 4.16%다. 모친 김경아(59) 휴온스글로벌 사장(3.40%) 보다도 많다. 단일 2대주주다. 차남 윤연상(32)씨와 3남 윤희상(28)씨가 각각 2.74%, 2.54%다. 맏아들이 20대에 접어들 무렵 손을 쓰기 시작했다.  

옛 ㈜휴온스가 증시에 입성한 2006년 12월에만 해도 윤 회장(지분 32.57%) 외에 직계일가는 주주명단에 없었다. 외사촌 박광서씨(1.29%), 고종사촌 민완기씨(0.44%), 장모 연송자씨(0.05%) 등 친인척 3명이 있었을 뿐이다. 

오너 일가, 워런트 86억 사들인 돈이 ‘4억’

윤 회장의 아들 3형제가 ㈜휴온스의 주주로 등장한 때는 2009년 6월이다. 시차를 달리해 2010년 7월까지 주식시장에서 도합 0.25%를 매입했다. 이에 더해 현재까지 옛 ㈜휴온스와 현 휴온스글로벌 주식을 장내매입하는 데 들은 자금은 7억원 남짓이다. 

이 무렵 윤 회장도 지분 대물림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10년 11월 3형제에게 상장후 처음으로 개인지분을 증여했다. 각각 0.78% 도합 2.34%다. 한 발 더 나아갔다. 3형제가 10%에 가까운 지주사 지분을 갖는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것이 바로 BW다. 

2011년 10월 ㈜휴온스는 상장 후 첫 BW를 발행했다. 외환은행 등을 대상으로 한 만기 4년6개월(2016년 4월)짜리 사모 분리형 총 150억원어치다.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자금 확보가 명분이었다. 사채와 분리된 워런트(신주인수권)의 경우 주당행사가는 6260원으로 매겨졌다.   

BW 발행 당시와 이듬해 10월 워런트 86억원어치를 사들인 이가 윤 회장 일가다. 전체 의 57%다. 주식수로도 당시 ㈜휴온스 발행주식의 15.30%나 됐다. 반면 일가가 워런트 매입에 들인 자금이라고 해봐야 4억원(주당 315원) 남짓이다. 

윤 회장 35억원, 부인 김 사장이 18억원어치를 손에 쥐었다. 아들 3형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윤 이사 16억원을 비롯해 차남과 3남 각각 9억원, 8억원 등 도합 33억원으로 윤 회장의 인수 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적잖았다. 

BW 워런트라는 게 행사가능기간 동안 행사가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되면 휴지조각이지만, 높게 형성되면 시세보다 싸게 신주(新株)를 인수할 수 있는 한마디로 ‘꽃놀이패’다. 오너가 후계승계 카드로 심심찮게 활용하는 것 중 하나로 ‘감초’라고 불리는 이유다.

3형제, 무자본으로 260억 ‘잭팟’

윤 이사 등은 2013년 1월 워런트를 전액 행사했다. 돈이 문제될 건 없었다. 출자금 33억원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은행에서 전액 빌렸고, 윤 회장이 보증을 섰다. ㈜휴온스 지분은 6.73%로 뛰었다. 당시 보유주식의 70%가 워런트 전환 주식이었을 만큼 워런트 비중은 컸다. 

당시는 ㈜휴온스의 재무실적이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휴온스는 BW 발행 당시인 2011년 1160억원이던 매출이 해마다 예외 없이 증가하며 2015년에 가서는 2450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은 2011년(83억원)의 6배인 513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률은 21%에 달했다.  

주가가 안뛸리 없다. 3형제가 워런트를 행사한 시점의 ㈜휴온스의 주식시세는 1만3400원(종가기준). 행사가(6260원)의 2배 가격이었지만 이후로 더 거침없이 뛰었다. 2015년 7월말에 가서는 12만900원을 찍었다. 워런트 행사가능기간(2012년 10월~2016년 3월) 동안 전환가의 21배로 치솟은 셈이다.   

이렇다보니 3형제가 빚을 갚는 것도 별 문제가 안됐다. 2013년 3월(주당처분가 1만4100원)에 이어 2015년 6월(9만2600원) ㈜휴온스 주식 1.2%, 당시 보유지분의 6분의 1 처분만으로도 전액 상환할 수 있었다. 당시 3형제가 손에 쥔 액수가 55억원이나 됐다.  

다음은 지주사로 갈아타는 수순이었다. 2016년 5월 휴온스의 지주 전환이 ㈜휴온스의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 까닭에 윤 회장 일가 지분도 휴온스글로벌 32.17%, ㈜휴온스 32.17%로 쪼개졌다. 뒤이어 같은 해 8월 지주사는 ㈜휴온스 주주를 대상으로 2210억원 현물출자·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윤 회장 일가는 공매개수에 ㈜휴온스 32.17%를 전량 응했다. 총 1820억원이다. 전체 발행신주의 82%가 일가 몫이었다. 3형제 또한 5.55%를 갈아탔다. 액수로는 315억원어치다. 휴온스글로벌 지분이 9.31%로 뛰었다. 

따라서 3형제가 현재 지주 지분 9.43%를 보유하며 향후 승계 기반을 마련한 데는 BW 워런트가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윤 회장이 2011년 준비한 ‘한 수’가 이미 기대 이상으로 먹혔다. 

주식가치 또한 상당하다. 윤 이사 115억원, 윤연상씨 76억원, 윤희상씨 70억원 등 총 261억원(2일 종가 2만1950원)이다. 달리 말하면, 일부 주식처분(55억원)으로 출자원금(41억원)을 뽑고도 남은 만큼, 3형제의 현 지분은 돈 한 푼 안들이고 거머쥔 재산이라는 뜻이다. (▶ [거버넌스워치] 휴온스 ③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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