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헬스케어그룹 휴온스(Huons)의 가정간편식(HMR) 시장 진출로 새삼 3대(代) 세습 작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인수한 업체가 공교롭게도 오너 3세들의 개인회사가 미리 투자해 주주로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휴노랩 투자사 휴온스굴로벌 자회사로
휴온스글로벌이 지난 26일 총 55억원(지분 50.1%)을 출자해 자회사로 편입한 밀키트 제조업체 푸드어셈블은 2018년 6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업체다. 이후 2019년 5월부터 작년 4월까지 수차례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도합 150억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했다.
휴노랩도 투자사 중 하나다. 지분은 기존 자본금 2억5400만원(보통주 1만주·우선주 1만5405주, 엑면가 1만원) 기준으로 6.01%(작년 말 기준)다. 롯데웰푸드(19.6%), SPC삼립(이베스트-GTOG 푸드테크 신기술조합·8.2%)에 이어 우선주 3대주주다.
휴노랩은 휴온스 2대 경영자 윤성태(59) 회장(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이 향후 후계승계를 위해 일찌감치 준비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아들 3형제가 주인인 개인회사다.
대표가 장남 윤인상(34) 휴온스글로벌 전략기획실장이다. 이외 3명의 이사진도 차남 윤연상(32)씨, 3남 윤희상(28)씨, 부인 김경아(59) 사장뿐이다. 1대주주가 막내다. 20.21%다. 장남은 19.81% 2대주주다. 휴온스글로벌을 정점으로 ㈜휴온스, 휴메딕스, 휴엠앤씨 등 11개 계열로 이뤄진 지주 체제에 속해 있지 않은 이유다.
묘하게도 휴온스글로벌의 푸드어셈블 인수합병(M&A)이 휴노랩의 투자가 있고난 뒤에 이뤄졌다는 얘기가 된다. 즉, 휴온스글로벌 자회사 편입 이후로도 휴노랩이 지분을 보유 중이라면 3대 승계 기반을 닦는 데도 한 몫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전한다면…휴노랩 투자수익 짭짤할 듯
비록 푸드어셈블이 2018년 6월 설립 이래 매년 예외 없이 적자를 내며 결손금이 133억원(2022년 말)에 이를 정도로 수익은 지금껏 형편없지만 향후 반전한다면 휴노랩의 적잖은 투자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이번 M&A가 휴노랩 키우기의 연장선에서 해석될 수도 있다.
휴노랩은 2008년 1월 설립된 뒤 휴온스 계열로 부터 안정적 매출을 올리던 IT서비스, 치료용 의료기기 업체다. 이에 더해 ‘돈이 될 만한하다 싶은’ 계열에 출자해 짭짤한 수익을 챙겨왔다. 과거에 ㈜휴온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로 65억원, 옛 휴베나(작년 7월 휴엠앤씨에 합병) 지분으로 109억원을 챙긴 게 좋은 예다.
2019년 1월 휴온스글로벌에 IT 및 디자인 부문을 41억원을 받고 넘긴 뒤로는 자체사업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다. 이후로는 투자사업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푸드어셈블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미디어 데이터 유통업체인 상장사 비플라이소프트 지분 1.24%도 소유 중이다. 재작년 4월과 12월 유상증자와 지분인수를 통해 14억원을 들인 주식이다. 휴온스글로벌(3.37%), 윤 회장 부부(0.78%)도 가지고 있다. 도합 5.40%다.
휴노랩은 2021년만 해도 총자산 183억원에 자기자본이 172억원이나 된다. 향후 윤 회장의 지분 증여 등에 대비한 승계 자금으로 활용되든, 우회적인 지분 보강에 활용되든 승계 지렛대로 삼기에 아쉽지 않을 만큼 기업가치가 ‘레벨-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