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사 하나제약이 2년여새 삼진제약 주식을 쉼 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이미 1대주주로 올라선 지는 한참 됐다. 반면 배당 등 투자수익만 탐할 뿐 경영권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삼진제약은 사실 함부로 군침을 흘릴 수 있는 곳도 아니다.
하나제약, 올해 오너 2세와 18억 또 투입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 및 마취의약품 전문 제약업체인 하나제약이 오너 일가(3명)를 포함해 삼진제약 지분을 1.33% 추가로 매입해 13.7%로 확대했다.
먼저 하나제약 2대 경영자인 조동훈(43) 부사장이 작년 10월과 올해 5월 블록딜을 통해 0.88%를 취득해 1.17%로 늘렸다. 29억원(주당 2만3500원)어치다. 이어 하나제약이 지난 3일 13억원(주당 2만1500원)에 0.45%를 사들여 7.16%를 확보했다.
거침없다. 삼진제약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게 비교적 근래인 2020년 3월이다. 이어 작년 10월에는 삼진제약 공동창업주 조의환(82) 회장을 제치고 마침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오너 일가도 뛰어들었다. 조 부사장을 비롯해 쌍둥이 여동생 조혜림(44) 전 하나제약 이사(3.19%)와 조예림(44) 현 이사(2.17%)가 현재 삼진제약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이유다. 창업주 조경일(79) 명예회장의 2세들이다.
다만 여태까지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즉, 소통소염제 ‘게보린’으로 잘 알려진 삼진제약을 타깃으로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가고 있지만 배당이나 주식수익 등을 염두에 둔 투자 차원이라는 것.
적잖은 우호세력 삼진제약 넘보기엔…
사실 삼진제약은 쉽게 경영권을 넘볼 수 있는 곳도 아니다.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 회장이 비록 최대주주 지위를 하나제약에 내주기는 했지만 우호주주를 합해 지분이 적잖아서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합해도 경영권 방어에 가용할 수 있는 지분이 41.1%에 이른다.
삼진제약은 동업 체제다. 동갑인 조 회장과 최승주(82) 회장이 1968년 4월 공동 창업했다. 제약업계 대표적인 ‘동업 오너’다. 대(代)를 이어 지금은 각각 장남 조규석(52) 부사장과 장녀 최지현(49) 부사장 중심으로 2세 체제가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다.
조 회장(6.03%)은 조 부사장(3.06%) 등 일가(3명)를 합해 12.8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최 회장(3.07%)은 최 부사장(2.45%)을 비롯해 친인척(12명)을 포함해 9.9%를 가지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작년 5월 치매치료제 등 신약 공동개발을 위해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은 아리바이오도 7.99%를 보유 중이다. 아리바이오 주식 5.47%와 자사주 주식스왑의 결과다.
또 있다. 삼진제약 우리사주조합도 2.26%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비록 의결권 없기는 하지만 언제든 우회세력에 넘겨 경영권 방어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사주 또한 8.09%나 된다. (▶ [거버넌스워치] 하나제약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