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화장품 업체 잇츠한불이 오너 3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올해 38살로 경영수업에 들어간 지 12년만이다. 3대(代) 세습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동시에 후계자 앞에는 5년 연속 적자사를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올려놔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
차남 잇츠한불 vs 장녀 네오팜 경쟁구도
3일 잇츠한불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신임 대표이사에 임진성(38) 전무가 선임됐다. 김양수(54) 대표의 후임이다. 김 대표는 잇츠한불과 더불어 양대 주력사인 네오팜의 대표직만 맡게 된다.
임 전무는 한국화장품 및 잇츠한불(옛 한불화장품) 창업주인 고(故) 임광정(1919~2013) 회장의 손자이자, 현 사주 임병철(65) 회장의 2남1녀 중 둘째아들이다. 잇츠한불 후계구도에서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임 회장의 3남매 중 장남은 38살 때인 2021년 작고했다. 고(故) 임진홍씨다. 이에 따라 차남과 장녀 경쟁구도로 압축돼 있는 상태다.
임 전무는 미국 벤틀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12년 잇츠한불에 입사,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2021년 지원부문 이사에서 경영기획 담당 전무로 승진했다. 또한 임 회장, 전문경영인 김 대표와 함께 3명의 사내이사진(사외 3명) 중 한 명이다.
잇츠한불 이사회에 합류한 시점은 2018년 3월 32살 때다. 임 전무로서는 6년여 만에 최일선에서 경영을 총괄하게 되는 셈이다. 2020년 9월 화장품 유통 계열사 ㈜채화 설립 이래 대표직도 가지고 있다.
맏딸의 활동무대는 네오팜이다. 임우재(37) 상무다. 이화여대 미술학 박사 출신이다. 2017년부터 잇츠한불 마케팅 부실장을 지냈다. 2020년 6월 네오팜 마케팅실 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23년부터 경영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다.
네오팜의 이사회 멤버로 등장한 때는 2021년 3월로, 현재 김 대표와 함께 2명의 사내이사진(사외 3명)을 구성하고 있다. 한 살 위 오빠인 임 전무보다 경영 승계 속도는 더디다고 볼 수 있다.
남매, 잇츠한불 지분 0.36%…우열 없어
다만 잇츠한불 계열 지배구조만을 놓고 보면, 남매간 우열(愚劣)을 가리기는 어렵다. 바꿔 말하면, 임 회장이 변함없이 강력한 오너십을 쥐고 있고, 지분 대물림은 걸음마 단계라는 의미다.
잇츠한불은 모체기업이자 지주사격이다. 네오팜, ㈜채화 등 국내 2개사와 호주, 중국, 일본 등지의 4개 해외법인의 정점에 위치한다. 잇츠한불 소유 지분이 곧 계열 지배력을 뜻한다.
1대주주가 임 회장이다. 소유지분은 35.25%다. 반면 임 전무와 임 상무는 각각 균등하게 0.36%에 불과하다. 2021년 12월 고 임진홍씨의 0.24%를 절반씩 상속받은 이래 아무런 변동이 없다. 임 상무의 경우 네오팜 주식도 가지고 있지만 0.04%가 전부다.
이밖에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오너 일가들이 잇츠한불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임 회장의 동생 임성철(62)씨가 6.49%를 가지고 있다. 고 임 전 부회장의 장남인 임진범(34)씨 15.73%, 장녀 임효재(41)씨가 3.4%를 보유하고 있다.
뒷걸음질 잇츠한불 vs 잘나가는 네오팜
잇츠한불은 기초화장품 ‘잇츠스킨’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본체만 놓고 보면 재무실적이 신통찮다. 2015년 3100억원에 달했던 별도매출은 매년 예외 없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작년에는 380억원에 머물렀다. 올 1-9월은 1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5%(111억원) 감소했다.
특히 2019년부터 5년 연속으로 많게는 199억원, 적게는 96억원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 1~3분기에도 38억원 손실을 냈다. 경영 실권을 쥐게 된 임 전무가 결코 녹록치 않은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여동생인 임 상무가 적을 두고 있는 네오팜은 벌이가 좋다. ‘아토팜’, ‘리얼베리어’ 등의 브랜드를 가진 보습제 주력 업체다. 2015년 12월 잇츠한불 계열로 편입됐다.
별도매출이 2020년 815억원 이후 3년 연속 성장하며 작년에는 97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9년 이후 5년간 214억~256억원으로 이익률이 24.5%~27.9%에 이른다. 올해 1~3분기에도 매출은 851억원에 영업이익은 1년전과 비슷한 183억원 흑자를 냈다.
잇츠한불이 연결실적으로는 흑자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년 매출 1390억원에 영업이익으로 81억원을 벌어들였다. 2021년 8억원 이후 2년 연속 확대 추세다. 올해 들어서는 9개월간 1050억원 매출에 13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5.7%(60억원) 증가했다. 순전히 네오팜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