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반도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ENG)의 2대(代) 세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창업주의 외아들이 경영에 발을 들인지 1년여 만에 이사회에 전격 합류한다.
지주사 무산 뒤 외아들 합류 예고된 수순
4일 주성엔지니어링에 따르면 다음달 25일 2024사업연도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총을 계기로 경영 컨트롤타워인 이사회를 5인→8인 체제로 개편한다. 사내이사를 1명→3명, 사외이사를 4명→5명으로 확대하는 데 따른 것이다.
사내이사 선임안의 경우 우선 창업주인 황철주(66) 회장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1993년 6월 설립(법인 전환 1995년 4월) 이래 줄곧 대표이사이자 2022년 6월 이후 유일한 사내 등기임원이다.
세계 1위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업체 ASML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했던 이우경(61) 전 대표를 신규 선임한다. 인하대 응용물리학과 출신으로 황 회장(전자공학)과 대학 동문이다. 올 들어 영업본부 총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황은석(39) 사장도 첫 선임 대상이다. 황 회장의 외아들이자 후계자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로서 2018~2023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한 뒤 작년 초 미래전략실 총괄 사장으로 입사했다.
황 사장의 이사회 합류는 예고된 수순일 수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10월 지주회사 주성홀딩스(존속)와 반도체 장비부문 주성엔지니어링(신설), 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부문 주성룩스(신설) 등 3개사로 인적․물적분할하는 지주 전환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선결조건인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액 500억원을 초과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하면 주성홀딩스는 황 회장 단독대표, 주성엔지니어링은 황 사장과 이 부회장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바꿔 말하면 올해 주총 뒤에는 황 회장과 함께 황 사장과 이 부회장이 공동 혹은 각자 대표를 맡을 개연성도 있다는 뜻이다.
경영 승계에 한참 뒤쳐지는 주식 대물림
황 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맞물려 후계 세습의 또 다른 한 축인 지분 대물림 또한 속도를 낼지 주목거리다. 현금 증여 등을 통해 후계자가 지배기반을 닦는 데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어서다.
현재 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 1대주주로서 25.23%를 소유 중이다. 이외 오너 일가 6명 4.38%를 합하면 29.61%다. 황 사장은 2.22%가 전부다. 이어 황 회장의 부인 김재란(67)씨 1.81%, 형 황철두(83)씨 0.29%, 며느리 허란(39)씨 0.02%, 손주 황수영(7)․황시원(5) 각 0.01%다.
황 사장이 주주로 등장한 시기는 2014년 7월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이 213억원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다. 당시 황 회장의 신주인수권 중 3분의 1가량을 4억원 남짓에 넘겨받은 뒤 19억원을 출자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더해 2020년 10월 황 회장의 증여자금으로 24억원, 2021년 4월 12억원어치 등을 장내매입한 주식이 현 지분이다.
한편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주총에서 4명의 사외이사 중 신성철 KAIST 초빙석학교수와 권평오 전 한국해양대 글로벌물류대학원 석좌교수를 재선임한다. 추가로 김재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고문을 신규선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