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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 경동제약, 4년 연속 본체 순익 보다 더 푸는 배당, 왜?

  • 2025.05.28(수) 07:10

[중견기업 진단] 경동제약③
2세 류기성, 입사 때 지분 4.6%→현 17.5%
양친 상속·증여 주식, 증가분의 57% 압도적
5년 전 약 80억가량 증여세 거의 해소한 듯
경동제약은 차입 늘며 첫 순현금 기조 붕괴

가업 세습은 수레의 양바퀴처럼 경영 승계와 주식 대물림이 함께 굴러가기 마련이다. 늦둥이 아들을 가업 입문 15년 만에 경영 실권을 물려준 ‘광속 승계’만큼이나 지분 대물림도 속전속결이었다. 중견 제약사 경동제약 예기다. 

한데, 특이하다. 4년 전 2세 체제로 전환한 뒤 수익 부진의 수렁에 빠져 있는 경동제약이 벌어들인 것보다 되레 더 많은 배당금을 풀고 있다. 맞물려 후계자는 증여세를 거의 다 갚았다. 

경동제약 오너 지배구조에 볼 수 있는 도드라진 특징 중 하나다. 이런 추세대로 라면 지배기반 강화를 위해 빌렸던 2대 오너의 적잖은 개인 빚도 상환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2019년 CB 112억 콜옵션의 노림수

류덕희(87) 창업주의 1남3녀 중 장남이자 후계자인 류기성(43) 부회장은 2006년 11월 24살의 나이에 경동제약에 입사할 당시 지분 4.55%를 소유했다. 류 명예회장(13.6%), 송천재단(5.00%)에 이어 단일 3대주주에 위치했다.  

지금은 17.51% 1대주주다. 경동제약은 류(柳)씨 오너 일가의 주식 분산·소유를 특징으로 하는데, 류 창업주(1.24%)를 비롯한 오너 일가 42명(18.05%)과 송촌재단(4.96%) 등 특수관계인이 47명이나 된다. 이를 합하면 45.10%다.  

류 부회장이 지분을 12.96%p 늘리기 까지 장내에서 직접 취득한 주식은 얼마 안된다. 백분율(%)로 따져보면, 전체 증가분 중 2.3%(0.3%p)를 차지한다. 투입 자금도 6억원 남짓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양친의 주식이다. 비중이 57.4%(7.43%p)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우선 2009년 10월 부친으로부터 지분 0.6%, 액수로 7억원가량(증여일 종가 기준)을 증여받았다. 입사 1년 4개월만인 2008년 3월 이사회 합류한 이듬해로, 5.19%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선 게 이 때다. 

이어 2014년 1월 32살의 나이에 부회장을 꿰차며 승계 막바지를 향해 가던 무렵인 2018년 7월 모친 고(故) 김행자(1940~2018)씨의 별세에 따른 주식 상속이 한 몫 했다. 모친의 1.51%(46억원) 중 거의 대부분인 1.27%, 39억원어치를 물려받았다. 세 딸 몫은 없었다. 이외 0.24%(7억2200만원)는 류 창업주에게 돌아갔다.   

이듬해 9월에는 팔순을 넘긴 류 창업주가 지분 승계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먼저 당시 자신의 개인지분 10.1% 중 3분의 2가 넘은 7.16%, 157억원어치를 물려줬다. 류 부회장은 13.94%를 확보하며 마침내 1대주주로 부상했다. 

뿐만 아니다. 마지막 한 수를 뒀다. 경동제약이 200억원 규모의 4회차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때도 2019년 9월이다. 의약품 생산공장 증축용이란 이유를 달고 있었지만 다분히 지분 승계 노림수도 깔려 있었다. 

발행 당시 경동제약 또는 경동제약이 지정하는 제3자가 2020년 8월~2021년 8월 1년간 발행금액의 최대 40%(112억원)까지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에 따라 전환사채권이 류 부회장에게 흘러들어갔다.  

류 부회장은 1년 뒤 제한이 풀리자 곧바로 전액 주식으로 전환했다. 게다가 92억(주당 5480원)의 투자수익까지 챙겼다. 주당 전환가는 6637원인 반면 당시 주식 시세는 1만2000원(종가 기준)을 웃돌고 있었던 것. 이후 단 한 주의 변동도 없이 현 17.51%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 배경이다. 

뒤이어 경영 승계도 매듭지었다. 2021년 6월 류 창업주가 경동제약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직을 모두 내려놓음으로써 본격적으로 당시 39살의 2대 오너 류기성 체제가 막이 올랐다.  

경동제약 지배구조

보수도 뛰고 4년 새 배당금도 86억 챙겨

분명 일반적인 흐름은 아니다. ‘[거버넌스워치] 경동제약 ①편’에서 얘기한대로, 경동제약은 2세 체제로 전환한 이후 벌이가 시원찮다. 본체 순이익으로 보더라도, 2019년 199억원을 찍은 뒤 2021년 124억원, 작년에는 40억원에 머물렀다. 재작년에는 130억원 적자를 내기도 했다. 

반면 류 부회장의 연간 보수는 되레 불어나고 있다. 대규모 인력 감축(2021년 말 직원수 647명→2024년 말 383명) 와중에도 류 부회장은 급여가 2021년 이전 5억원을 밑돌다가 2022년 6억5000만원, 2023~2024년에는 8억2000만원을 받았다. 

이에 더해 배당수입이 적잖다. 특히 경동제약은 공교롭게도 2021년 이후 매년 예외 없이 순익을 웃도는 많게는 136억원, 적어도 81억원 배당금을 풀었다. 도합 434억원이다. 배당성향이 높게는 279%에 이른다. 연결 기준으로도 2022년(89.2%) 딱 한 해에만 순익을 밑돌았다. 

고배당 정책은 일반주주들로서도 반길 일이지만. 최대 수혜자는 1대주주인 류 부회장이 될 수밖에 없다. 4년간 류 부회장이 가져간 배당금만 해도 86억원이나 된다. 이는 증여세를 해소하는 데 큰 몫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  

류 부회장은 2019년 9월 부친의 주식 수증 당시 연부연납으로 증여세 문제를 해결했다. 연부연납은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이 넘을 경우 납세 담보물을 맡기고 최장 5년(상속세 10년)간 나눠 낼 수 있는 제도다.  

당시 증여세는 대략 8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증여일 주식시세를 기준으로 한 증여가액에 세율 60%(과세표준 30억원 이상 최고세율 50%+최대주주 할증 20%)를 적용해 가늠해본 수치다. 류 부회장은 이를 위해 보유 지분 중 3.0%(80만주)를 법원에 공탁했다. 지금은 0.26%(8만주)로 줄어든 상태다. 증여세를 거의 다 납부했다는 의미다.  

류 부회장은 CB 주식 전환을 위해 당시 경동제약 지분 중 현 13.3%(410만주)를 담보로 NH농협은행으로 120억원(이자율 3.98%)을 차입한 바 있다. 사실상 증여세의 짐을 벗은 류 부회장으로서는 이제 대출금 갚는 일만 남았다. 

향후에도 경동제약의 배당기조가 유지될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 벌어들인 게 많아 아직도 이익잉여금(작년 말)이 1890억원에 이르지만, 4년 새 현금성자산(2020년 말 614억원→작년 말 309억원)은 축소 일변도인 반면 차입금(18억원→387억원)은 불며 작년에 처음으로 순현금 기조가 깨져서다. (▶ [거버넌스워치] 경동제약 ④편으로 계속)

경동제약 배당금 추이
경동제약 류기성 부회장 배당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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