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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전력감축의 '불편한 진실'

  • 2013.06.10(월) 18:33

정부가 '블랙아웃'에 대비해 강제절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원전 9기가 멈춰선 마당이니 정부로서는 강제로라도 전기를 아낄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리고 그 주요 타깃은 전기 사용량이 많은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앞다퉈 절전방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9일 한국철강협회가 내놓은 절전방안이다.

철강업종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국내 전기 사용량 상위 10곳 중 3곳이 철강업체다. 이런 철강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절전하겠다며 나섰다. 그리고 그 양도 상당하다.

◇ 철강업계 전력 절감 대책에 포스코만 '방긋'

철강협회는 오는 8월 5일부터 30일까지 봄철대비 하루 평균 106만㎾의 전기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6만㎾는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기와 맞먹는 규모다. 이는 정부의 하루 절전량 목표치의 약 42%에 해당한다. 정부가 반길만하다.

철강협회가 내놓은 절전량의 절반 이상은 포스코가 담당한다. 업계 1위인 포스코가 전체 절전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포스코는 대표적인 고로 업체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과 달리 전기를 사용해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의 수가 적다. 포스코의 쇳물은 고로에서 석탄과 철광석으로 만든다. 따라서 전기로 업체에 비해 전력 절감 여지가 많다. 일각에서 포스코의 이번 대규모 절전 대책을 '생색내기'로 보는 이유다.

 

[전기로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모습. 전기로 업체들은 전기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정부의 강제 절전이 달갑지 않다.]

 
포스코는 이미 자체적으로 사용전력의 70%를 자가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존에 해오던 전력 절감에서 고로 보수 일정 등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만으로도 충분히 공표한 절전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업체들과 달리 감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업계 전체 절전 목표량의 59%에 달하는 62만㎾를 혼자서 줄이기로 했다. ▲스테인리스 공장과 하이밀 공장의 일시 생산중단 등을 통한 가동률 조정 ▲8월 피크시간대 조업 단축 ▲포항제철소 전기강판과 후판공장의 수리일정 조정 ▲광양제철소 일부 산소공장 가동 정지 등이 주요 대책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전력 절감 대책은 대세에 큰 지장이 없는, 기존의 하던 것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일 뿐"이라며 "하지만 전기로 업체들이 강제절전시 입을 타격은 포스코에 비해 훨씬 크다"고 밝혔다.

◇ 전기로 업체 "포스코와 상황 다르다"

하지만 전기로 업체들은 상황이 다르다. 전기를 이용해 고철 등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업체들에게 정부의 강제 절전은 치명타다. 전기가 곧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 포스코도 나선 마당에 '우리는 힘들어요'라고 말할 수 없다.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다.

한 전기로 업체 관계자는 "작년에도 자발적으로 절전 캠페인을 벌여 상당한 양의 전기를 절약했다"며 "여기에다 올해는 추가적으로 더 절감하라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기로 업체 관계자는 "포스코의 사정과 전기로 업체의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면서 "가뜩이나 업황도 좋지 않은 상황에 더 많은 전기 절감을 요구하니 그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장 상황에 맞게 지침을 줘야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로 업체들은 강제 절전으로 생산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생산에 차질을 빚을지에 대해서는 강제절전을 해봐야 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하루에 4시간씩 전기로 가동을 중단할 경우, 연간 생산량의 약 3%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업체별로 전기로 보수 일정 등을 당겨 잡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전기로 업체들은 현재 철강협회를 통로로 삼아 현실적인 절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는 요구를 한 상태다. 전기로 업체 관계자는 "우리만 해도 전기로 공장이 7~8개에 달한다"며 "정부가 전기로 업체들의 특수성을 감안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이번 대규모 전력 절감 대책 발표는 포스코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 등을 감안해 여러 방면의 다양한 고려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전기로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정부 뿐만 아니라 포스코에도 끌려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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