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황에 '반등 시그널'이 켜졌다. 상반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큰 폭으로 늘고, 선박 가격도 오르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불황 탈출' 조짐이라며 반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호재는 중국에게도 기회가 되기 때문에 수주 전략을 잘 짜지 않으면 '소문 난 잔칫상'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전세계 선박 발주량 증가
10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동기대비 39.5% 증가한 1666만CGT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이후 추세적으로 하향하던 발주량이 다시 반등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이중 599만CGT를 수주했다. 전년동기대비 60.5% 증가한 수치다. 점유율로는 약 35.9%를 차지했다.
이번 선박 발주량 증가는 컨테이너선 증가에 따른 것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상반기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총 90척으로 전년동기의 30척 및 작년 총 발주량 74척을 이미 넘어섰다. 이는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12%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 발주량 증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선주사들이 컨테이너선의 발주량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향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는 증거다. 경기가 회복되면 물동량이 늘어날 것이고 이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선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 "컨테이너선, 살아있네"
컨테이너선의 발주 증가는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희소식이다. 현재 조선 경기 침체로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조선소의 도크를 대부분 해양플랜트 물량으로 채워둔 상태다. 따라서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증가하면 도크를 해양부문과 상선부문으로 나눠 운용할 수 있다.
남아있는 일감의 양을 나타내는 수주잔량은 현재 계속 감소추세다. 올해 전 세계 수주잔량은 지난 1월 9643만CGT였던 것이 지난 6월에는 9030만CGT까지 줄어들었다. 도크가 비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컨테이너선의 신규 발주 증가는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비어가는 도크를 채울 수 있는 기회다. 게다가 최근 선주사들이 고연비의 8000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선호한다는 점도 국내 조선업체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8000TEU가 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최근 중국 업체들도 건조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국내 조선업체들을 따라올 수준은 아니다. 또 일명 에코십(Echo Ship)으로 불리는 고연비 선박 기술도 국내 조선업체들이 독보적이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붐이 일었던 지난 2011년 발주량에 거의 근접하는 발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 상승세 탄 선박 가격
긍정적인 시그널은 또 있다. 바로 새로 건조되는 선박의 가격이다. 클락슨이 발표하는 신조선가는 작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126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127포인트로 상승했다.
변화의 시작은 공급과잉이 가장 심각했던 벌크선부터였다. 가장 큰 선형인 케이프사이즈(Capesize)는 지난 2월 4600만달러를 저점으로 5월 4750만달러까지 상승했다. 핸디막스(Handymax)급은 3월 2425만달러에서 지난 5월 2475만달러까지 상승했고 핸디사이즈(Handysize)급은 지난 5월 2100만달러에서 2125만달러로 반등을 시작했다.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 상승 속도는 더 빠르다. 중형인 4800TEU급이 지난 3월 4450만달러를 저점으로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4월 4500만달러, 5월 4525만달러로 상승하더니 최근에는 4650만달러까지 올랐다.
전용범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선가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시장은 이제 본격적인 발주 회복기로 접어들었다"며 "대부분의 선형에서 선복량이 수급균형 수준 혹은 공급부족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선가 인상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우리만 유리하다고? 천만에"
하지만 이같은 호재에도 불구 업계에서는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바로 중국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한국과 중국은 글로벌 조선시장을 양분하며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 조선업체들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수주량에서도 중국은 657만CGT로 39.4%의 점유율로 한국을 앞섰다. 수주잔량은 지난 1월 3427만CGT에서 6월 3307만CGT로 줄었지만 한국보다 감소 속도가 더디다.
세계 선박발주량이 증가 추세라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게도 기회다. 비록 한국에 비해 해양플랜트 등 고사양 선박 경쟁력에서는 뒤지지만 범용 선박에 대한 생산능력은 이미 인정받았다.
[중국 최대 조선업체인 다롄선박중공 조선소 모습. 세계 선박 발주량 증가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에게도 기회다.]
실제로 선박 발주량이 늘고 있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중국이 벌크선, 탱커선 등과 함께 생산 능력을 배가하고 있는 선종이다. 비록 한국처럼 초대형 에코십을 건조할 수는 없지만 중소형 컨테이너선 부문은 중국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초대형 에코십에 집중하는 동안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바탕으로 시장 잠식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그동안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지렛대 삼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과 선박 발주량 증가라는 파이를 일정부분 나눌 수밖에 없다.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선박 발주량 증가가 한국에게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우리처럼 먹잇감에 굶주린 중국도 사활을 걸고 수주 경쟁에 뛰어들 것은 당연한 만큼 물량의 상당부분을 중국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이 초대형 에코십에 집중하는 동안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바탕으로 시장 잠식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그동안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지렛대 삼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과 선박 발주량 증가라는 파이를 일정부분 나눌 수밖에 없다.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선박 발주량 증가가 한국에게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우리처럼 먹잇감에 굶주린 중국도 사활을 걸고 수주 경쟁에 뛰어들 것은 당연한 만큼 물량의 상당부분을 중국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