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대그룹, 현대증권 매각 검토한다는데①

  • 2013.12.20(금) 14:23

1조원 자구안에도 시장 '시큰둥'..'고강도' 자구안 주문
채권단, 현대상선 매각 원해..현대그룹, 현대증권 매각 검토

유동성 위기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현대그룹이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미 1조원 가량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동부그룹과 한진그룹의 자구안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좀 더 강력한' 자구안을 원하고 있다. 시장에서 자금을 수혈해야하는 현대그룹의 입장에서는 시장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검토하는 이유다.


◇ 현대상선 부실, 그룹 전체 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잇따라 자구안을 내놓고 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주력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을 만큼 이들의 현실은 절박하다. 동부그룹이 대표적인 예다. 한진그룹도 한진해운 자금 수혈을 위해 S-Oil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현대그룹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주력인 현대상선이 해운 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 구조로 묶인 여타 계열사들에게도 그 고통이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해운업황 침체로 올해까지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금난 해소를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주가 부진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현대상선의 지난 6월말 현재 총 차입금은 6조6044억원에 달한다. 총자산의 73.7% 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2010년말 242.9%에서 895.1%로 수직상승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내년까지 만기도래 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규모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상선이 부실해지면서 그룹의 또 다른 축인 현대엘리베이터도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다. 그룹 내에서 그나마 실적이 양호한 현대엘리베이터는 계열사의 부실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그룹과 상선에 발목 잡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06년 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상선 및 현대증권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대신증권 등과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대신증권 등이 현대상선의 주식을 사주고 주가가 하락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손실을 메워주는 조건이다.

이 덕분에 당시 현대그룹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때까지는 좋았다. 이 파생상품 계약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해운업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현대상선의 주가는 하락했다. 결국 이때 맺은 파생상품 계약은 현대엘리베이터에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왔다.

지난 17일까지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액은 4450억원에 달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영업이익은 700억원 규모다. 한해동안 벌어들인 돈의 6배 이상을 손실로 떠안은 셈이다.


현대상선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 전까지 손실은 계속 확대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자본잠식에 빠진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10월 현대상선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 승인 받을 당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여신거래특별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현정은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는 보유 중인 현대상선 주식 772만주를 KDB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대신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면 산업은행 측이 담보 주식을 임의 처분할 수 있고 현대상선의 경영진도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런 조치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백기 투항'이었다.

◇ 시장 "현대증권 매각은 기정 사실"

현대그룹은 올해 상반기 자산 매각 등을 통해 7000억원을 확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 1조원 규모의 자구안도 내놨지만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하다. 더 강력한 자구안을 내놓으라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최근들어 조심스럽게 현대증권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장에서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의 요구가 '고강도 자구책'인 만큼 그에 걸맞는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당초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설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최근 공시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 현대그룹은 시장에서 원하는 '강력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현대증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물로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그룹이 처한 재무적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등의 강력한 자구책이 아니면 회생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실 채권단이 원하는 고강도 자구안의 핵심은 현대상선 매각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그룹의 근간인데다 순환출자 고리에 엮여있어 매각시 자칫 그룹 전체가 위험해 질 수 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꺼내든 것이 현대증권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은 현대상선 매각을 원한다"며 "하지만 현대그룹 입장에서 현대상선은 그룹의 근간인 만큼 쉽게 결정을 못했고 그 대안으로 순환출자구조에서 자유로운 현대증권을 빼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은 그동안 현대그룹의 주요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현대그룹의 순환출자구조에 포함돼있지 않아 매각하더라도 그룹 전체에 미칠 파장은 상대적으로 작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매물로 나온다는 것은 이미 기정 사실"이라며 "누가 현대증권을 가져갈 것인가, 장부가 6000억원 규모의 현대증권이 얼마에 팔릴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