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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크레딧 포인트]⑧잘나가던 車산업, 제동 걸렸다

  • 2014.01.13(월) 11:17

현대·기아차, 美점유율 하락..국내선 수입차 공세 직면
신흥국도 수요둔화 우려..자동차산업 불확실성 커져

국내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에 위기는 기회였다. 지난 2009년만 해도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기대 돈을 빌리던 현대차그룹은 불과 2년만에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전세계 자동차시장의 쟁쟁한 실력자로 올라섰다. 금융위기 전까지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던 자금조달 수단이 BW였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공장과 판매법인 지원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이 늘면서 외부차입에 기대는 일이 잦아졌고 결국 BW시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위기는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대대적인 감산, 생산차종 조정, 인력감원 등 사업을 축소할 때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공들인 현지생산체제와 판매망, 가격경쟁력 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세계 5위 완성차업체로 올라섰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업체들이 엔고와 대규모 리콜사태, 동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주춤했던 것도 현대차그룹에는 반사이익으로 돌아갔다.

덕분에 현대차 신용등급은 지난해 초 AAA로 올랐다. 그간 공기업이나 은행, 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통신사(SK텔레콤·KT)와 철강사(포스코)만 받던 최고등급을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현대차가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해 주력시장인 미국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전체 판매대수는 7.6% 늘었지만 현대차그룹은 0.4% 역신장(감소)했다. 엔화약세가 계속된 가운데 대규모 리콜에 따른 품질 우려, 체력을 다진 경쟁업체들의 판매공세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신평사들은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엔화 약세 영향으로 현대차그룹의 실적(별도기준)이 영향받고 있다.

 

◇ 자동차업 체크리스트


①엔화 : 해외생산 확대, 수출지역 다변화로 과거에 비해 국내 자동차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특히 일본 자동차업체는 국내 업체와 직접적인 경합관계에 있다. 2011년 100엔당 1500원을 웃돌던 엔-원 환율은 현재 1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약해진 셈이다. 대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난 일본 업체들이 중국 등 신흥국에 공장을 신설하고 전략모델을 선보이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품질향상 등 다각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②수입차 : 2000년 국내에서 1%도 안되던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2%를 넘었다. 이 때문에 내수시장 점유율이 70%를 웃돌던 현대차그룹의 판매비중은 60%대로 주저앉았다. 한국과 EU,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인하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수입차업체들은 다양한 차종과 가격인하를 앞세워 국내 자동차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글로벌 판매량 중 내수비중은 15% 안팎이라 내수의존도가 크진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높은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음을 감안하면 수입차의 약진은 현대차그룹의 본원적 사업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게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③해외시장 : 현대차그룹의 영업기반은 국내와 북미, 유럽, 아시아 등 비교적 고르게 분산돼있다. 지역별 다각화는 유무형의 무역장벽을 피하고 환율변동으로 영업실적이 `널뛰기`하는 현상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신평사들도 신용등급을 매길 때 해외생산 비중과 현지화 여부 등을 중요한 고려요인으로 삼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이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번지면서 판매량이 감소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신평사들은 지적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신흥시장 판매비중이 40%를 웃돈다. 특히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선 지난해말부터 일본의 '빅3' 자동차업체들이 큰 폭의 판매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등 현대차의 주요 거점지역은 자동차 수요가 둔화되는 양상이라 해외영업 환경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신평사들의 입장이다.

◇ 주요기업 크레딧 포인트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 2012년 현대차그룹이 제조업 분야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돈(OCF)은 16조원으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8조5000억원)에 비해 두 배 가량으로 늘었다.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되면서 빚 부담도 줄었다. 현대차그룹의 한해 영업현금흐름으로 차입금을 갚는데 걸리는 기간(총차입금/OCF)은 2008년 2.8년에서 4년 뒤에는 1.5년으로 줄었다. 그사이 약 5조원을 들여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그룹내부의 가용자금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역시 현대차와 기아차가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의 40%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계열사까지 포함하면 60%가 넘는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들도 자동차 할부금융이나 마케팅에 의존해온 점을 감안하면 그룹의 포트폴리오가 자동차산업에 편중된 구조로 볼 수 있다. 이는 자동차 경기가 호황일 땐 큰 폭의 성장을 구가할 수 있지만 불황일 땐 더한 충격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와 관련해 살펴야할 대목은 또 있다. 무디스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각각 Baa1 등급(국내기준으로는 BBB+)을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 자체적인 평가기준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그보다 3단계 높은 A1 등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환율변동성 ▲계열사 지원부담 ▲복잡한 지배구조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무디스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려면 해결해야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디스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제품 다각화와 경쟁력에도 도요타와 혼다, 폭스바겐에 비해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 기업별 신용등급 변화 (2013년)

현대차 AA+ → AAA
기아차 AA+ → AA+
현대모비스 AA+ → AA+
현대위아 AA- → AA-
현대파워텍 A+ → AA-
만도 AA- → AA-
대성전기공업 BBB → B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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