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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크레딧 포인트]⑨반도체, 살아남은 이들의 잔치

  • 2014.01.15(수) 16:24

과점체제로 전환, 경쟁강도 둔화 예상
마이크론·엘피다 `합병효과` 주목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009년 1월23일 오전 삼성전자 주식투자자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반도체 시황 악화로 부진한 실적을 예상하긴 했어도 그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다. 삼성전자는 2008년 4분기 9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실적을 발표한 2000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였다. 공급과잉과 수요침체가 겹치면서 5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4% 급락했다.

반전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발표된 날 독일에선 세계 5위의 D램 생산업체인 독일 키몬다가 뮌헨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키몬다 파산은 전세계 반도체시장의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설 연휴 다음날인 1월28일 삼성전자 주가는 10% 이상 급등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속설이 다시 확인된 순간이다.

2012년 초엔 극심한 경쟁을 견디다못한 세계 3위의 D램업체 엘피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엘피다는 정확히 1년 뒤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에 인수된다. 이로써 D램업계는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과점체제로 재편됐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공급량을 늘리고 출혈경쟁을 감수하면서 상대를 쓰러뜨리는 '힘의 논리'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균형이 시작된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호한 실적을 낸 것도 반도체업계의 경쟁환경이 기존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도 반도체업계에 찾아온 새 질서에 주목하고 있다.

◇ 반도체업 체크리스트

① 경쟁 둔화 : 반도체업계는 실적 변동이 심하다. 제품 개발과 투자, 양산시점에 상당한 시차가 존재해 수요예측과 생산량 조절이 힘들기 때문이다. 호황기에 번 돈으로 공장을 지어 공급능력을 확대하면 어느새 경기하강기를 맞는다. 기술변화는 빠르고 공급조절 능력이 제한적이다보니 공급과부족에 따라 반도체값이 쉽게 출렁인다. 여기에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 반도체업계는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진흙탕 싸움을 해왔다.

하지만 키몬다 파산과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로 공급자간 무한경쟁도 끝이 보이고 있다는 게 신평사들의 견해다. 현재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D램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반도체업의 특성상 다른 업체가 진입하기도 쉽지 않다.

또 이들 3사는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한 축인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을 갖춰 D램시장 변동에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상용화 초기 USB나 디지털카메라 등에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 몇년간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저장장치로 쓰이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삼성이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도시바(32%), 마이크론(17%), SK하이닉스(12%) 등이 낸드플래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② 투자  : 경쟁업체들의 공세를 생산공장(fab) 증설로 대응하던 반도체업체들은 12인치(300mm) 팹증설이 마무리된 2007년 이후엔 미세공정 전환에 심혈을 기울였다. 원가를 절감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입 웨이퍼당 생산칩수를 늘리는 경쟁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공정미세화는 물리적 한계와 비용 문제에 직면했다. 예를 들어 회로간 간섭을 피해 10나노미터(nm) 이하로 미세공정을 하려면 값비싼 장비가 필요한데 그 부담이 만만치않다. 회로를 그리는 노광장비를 바꾸는데만 수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반도체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평사들은 반도체업체들이 과거처럼 경쟁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사 과점체제로 되면서 업체간 경쟁의 강도가 덜하다는 점도 과잉투자를 줄이는 요소로 거론된다. 다만 낸드플래시는 모바일·태블릿·SSD(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저장장치) 등 수요기반 확대로 주요 업체들이 생산라인을 늘리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평사들은 반도체업계의 경쟁이 D램에서 낸드플래시 중심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 SK하이닉스는 최근 16나노 공정을 적용한 낸드플래시의 본격 양산에 나섰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16나노 1세대 제품을 양산한데 이어 칩 크기를 줄여 원가경쟁력을 강화한 2세대 제품을 선보였다.



◇ 주요기업 크레딧 포인트

①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가장 먼저 10nm급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고 지난해는 3D 낸드플래시 양산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모바일과 TV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해 사업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차입금은 11조8000억원(연결기준)이 있지만, 현금성자산이 52조원이 넘어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다. 안정된 사업기반과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투자와 공급량 조절에서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디스는 반도체 제조업체 중 삼성전자에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주고 있다.

②SK하이닉스 :  메모리반도체 중 D램 2위, 낸드플래시 4위의 시장지위를 갖고 있다. 2008년 D램가격 급락과 경쟁사에 비해 늦은 미세공정 전환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2010년부터 적극적인 투자로 선두업체들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이 과점구조로 재편됨에 따라 수혜를 보는 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엘피다를 인수한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향후 사업전망을 낙관하기도 어렵다.

마이크론은 엘피다 인수로 D램 시장 점유율을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취약점으로 꼽히던 모바일 D램과 미세공정기술의 경쟁력을 확보, SK하이닉스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엘피다 합병 후 첫 분기매출이 40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시장 예상(37억달러)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다만 신평사들은 마이크론의 생산시설이 미국과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으로 분산돼 효율적 생산이 쉽지 않고, 엘피다 인수로 재무부담이 가중돼 SK하이닉스를 위협할 위치까지 오르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엘피다 인수로 약 1조원을 지출했고 엘피다 채권단에게 오는 2019년까지 1조5000억원을 추가로 지급해야한다. 엘피다의 정상화를 위한 시설투자와 운전자금 지원 등을 감안하면 마이크론의 재무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마이크론의 차입금은 2011년 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차입금은 6조8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 기업별 신용등급 변화 (2013년)

SK하이닉스 A → A+
LG실트론 A+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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