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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방정식]⑤ 꿈틀대는 삼성..변화의 조짐들

  • 2014.03.10(월) 16:24

에버랜드, 알짜사업 팔아 패션사업 인수
장기적으론 삼남매 계열분리 수순 밟을듯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먼 미래의 일로 여기더라도 최근 삼성 내에서 일어난 변화는 의미가 적지 않다. 출발선에 서기 전 몸을 푸는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서다.

 

◇ 패션 위해 알짜사업 판 에버랜드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1조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에버랜드는 지난해 3년과 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차입구조 장기화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로 이 같은 재무전략이 틀어져 지난해 12월에만 단기차입금이 6000억원 이상 늘었다.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 때문에 부랴부랴 자금을 조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에버랜드는 대신 매년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던 빌딩관리 사업을 4800억원을 받고 에스원에 넘겼다. 이 돈은 패션사업 인수를 위해 빌린 돈을 갚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재무측면에서 보면 사업연관성이 적은 사업(패션사업)을 위해 알짜사업(빌딩관리사업)을 판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일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그림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가져온 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에버랜드 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이고, 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현재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향후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삼성가 3세의 승계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앞서 에버랜드는 2012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약 7000억원을 들여 자사주 15.2%를 사들였다. 자사주는 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전환시 에버랜드지주(가칭, 존속법인)로 귀속돼 에버랜드(분할 신설법인)를 지배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주목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를 분할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려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건설부문 승계구도 주목

 
증권가에서는 삼성이 에버랜드의 상장과 분할 등을 통해 3세에게 물려주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 이부진 사장은 호텔·건설·중화학, 이서현 사장은 패션·미디어 등을 맡아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SDS는 에버랜드와 합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확보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던 삼성물산은 지난해 이 회사 지분을 7.8%까지 늘려 제일모직(13.1%)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분관계로 묶이면서 양사의 통합작업이 차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부진 사장이 어떤 식으로 건설부문 지분을 승계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의 고문으로 있지만 그룹의 건설 계열사 지분은 한 주도 들고 있지 않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씨가 사장으로 있다.

 

이동섭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흐름을 보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외로 빨리 이뤄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에버랜드의 패션사업부문 인수와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인수 등 여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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