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으로 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몫`으로 거론되던 삼성그룹의 건설과 화학 계열사의 향방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우산 아래 편입됐다. 합병법인인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소재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흡수하고,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지배권도 확고히 틀어쥘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합병으로 이부진 사장의 건설과 화학 계열사에 대한 암묵적 지배권이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간 삼성그룹 주위에선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 이부진 사장은 호텔·건설·중화학, 이서현 사장은 패션·미디어 등을 맡아 장기적으로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기존의 승계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합병법인인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13.1%, 삼성석유화학 지분 21.4%를 각각 넘겨받을 예정이다. 삼성SDI가 지난해 12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1% 전량을 삼성물산에 매각했음을 감안할 때 합병 삼성SDI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삼성그룹 건설부문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단순화된다. 증권가에선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현재 삼성SDI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관건은 삼성물산을 최종적으로 누가 넘겨받느냐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한 주도 들고 있지 않다. 이부진 사장이 그룹의 건설부문을 책임지되 지분승계는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단정짓기 어렵다.
특히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전자의 2대주주다. 삼성물산의 지분이 없으면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17.7%에서 13.6%로 뚝 떨어진다. 삼성물산이 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이 회사를 이부진 사장의 몫으로 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삼성물산을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한 뒤 계열분리시 건설부문을 이부진 사장에게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도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사전 교통정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귀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통합경영을 하더라도 전자와 금융 계열사와 관련한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이 통제하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석유화학의 지배권도 관심이다. 현재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33.2%를 보유한 이부진 사장이다. 나머지를 삼성물산(27.3%), 제일모직(21.4%), 삼성전자(13%)가 들고 있다.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아래로 편입됨에 따라 삼성물산 지분을 제외하고도 삼성전자의 영향권에 있는 삼성석유화학 지분은 34.4%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의 전자 계열사 지분율이 이부진 사장을 웃도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