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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방정식]④ 삼성생명지주는 가능한가

  • 2014.03.10(월) 08:56

정부 중간지주사 도입 추진 '삼성 끌어들이기'
삼성에는 실익 크지 않아..삼성전자 지분처리가 관건

최근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관심을 모았지만 당장의 실현여부는 불투명하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중공업 보유의 삼성카드 지분을 인수해 지분율을 28%에서 34.4%로 늘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금융계열사 지분을 한데 모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삼성이 중간지주회사를 도입하려면 삼성전자 지분처리 등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전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중간지주사 도입해도 실익 작아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규제를 풀어 일반지주회사도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게 중간금융지주회사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에버랜드는 순환출자의 핵심 연결고리인 삼성생명 지분을 팔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는 삼성·동부·한화·현대차·롯데 등 대기업들이 여러 금융회사를 두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되 지주회사라는 틀에 묶어두면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하지만 중간금융지주회사도 삼성이 지배구조를 바꿀 충분한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 7.2% 보유)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의 도입 취지가 금융회사는 금융회사끼리 비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끼리 묶어두기 위한 것이라,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의 삼성전자(비금융회사) 지배를 허용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으로선 삼성전자 지분을 줄이거나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지금도 보험지주회사 밑에 있는 자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지배할수 없다.

 


◇ “핵심은 삼성전자 지분”

금융지주회사법에 나와있는 비은행지주회사 특례조항(보험이나 증권 관련 지주회사의 비금융자회사 지배를 허용하되 상장자회사의 지분은 20%, 비상장자회사는 40% 이상 보유해야 함)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삼성으로선 실익이 별로 없다.

가령 지금의 삼성생명을 분할해 삼성생명지주(가칭, 존속법인)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면 신설 분할회사인 삼성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의 큰 폭 하락이 불가피해진다. 삼성생명 순자산의 80% 이상은 삼성전자 지분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생명지주도 삼성전자 지분을 현재 7.2%에서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해 이 방안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 결국엔 삼성생명(중간금융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금융자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배금지 규정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2대주주인 삼성물산(4.1%)이 나서는 방안도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이상으로 보유지분을 늘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지배목적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팔지 않아도 된다.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구하기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매입에 수조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은 떨어진다.

 

삼성은 지금의 구조를 유지해도 그룹을 지배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지주회사 전환시 복잡한 지분관계 정리와 각종 제한에 묶이는데 서둘러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설사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지금의 삼성전자 의결권이 영향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며 "삼성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법규정이 개정되기를 기다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공정거래법이나 금융지주회사법을 완화하거나 반대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도록 강제하지 않는 이상 삼성의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은 요원할 전망이다. 최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변경이나 의결권 제한 항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현 상태로는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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