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승계 방정식]⑪ 한진해운이 남긴 문제들

  • 2014.03.18(화) 10:12

한진해운 지원탓 신용등급 강등.."자구계획 속도내야"
총수일가 현물출자 `발목`..신항만 지분문제 불거질 듯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부분이 한진해운 편입이다. 한진해운은 2009년 한진해운홀딩스를 설립하는 등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를 추진해왔으나 해운업계에 닥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한진그룹의 우산 아래 들어가게 됐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한진해운홀딩스를 분할해 한진해운 경영권을 조양호 회장에게 넘긴다. 신설법인에는 한진해운 지분과 상표권 등 자산이 이전되고 기존법인에는 해운물류 정보기술업체인 싸이버로지텍, 선박관리회사인 한진SM, 한진해운 여의도 사옥 등이 남는다. 한진그룹은 신설법인과 한진해운을 통합한 뒤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유상증자가 끝나면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지분율은 35%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한진해운은 한진칼의 손자회사,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된다.

 

▲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편입으로 한진그룹은 해운업 리스크를 떠안게됐다.(그래픽=한규하 기자)


◇ 한진해운 떠안은 대한항공.."부채비율 더 오르면 곤란" 

문제는 한진그룹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지난해 9월말 현재 부채비율은 800%가 넘는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월 발간한 항공운송 산업전망에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재무관리 측면에서 부담되는 수준"이라며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작은 재무적 수치 변화에 대해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비율이 더 상승해선 곤란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등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자금을 빌려줬다가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졌다.

증권사 한 크레딧 담당 연구원은 "대한항공도 버거운데 한진해운까지 껴안아 그룹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해운업황이 워낙 안좋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도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한진그룹은 항공기 제작부터 항공운송업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려고 KAI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으나 한진해운을 떠안으면서 KAI 인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KAI 재입찰 공고가 나온다면 보기는 할 것"이라며 "다만 (KAI 인수가격이) 비싸다는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 낮은 주가 탓에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조절

한진해운 편입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주주가 안정된 지배권을 행사하려면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는 게 필수적인데 이 작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 6.7%를 한진칼에 현물출자해 지주회사 지분을 늘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 편입으로 대한항공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해 9월 대한항공 분할재상장 당시 대한항공 주식 1주로 한진칼 주식 3주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1.5주밖에 얻지 못한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대한항공 주가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계열사 지분확보도 풀어야할 숙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한진해운(지배구조 개편 후 손자회사)의 경우 한진해운신항만, 평택컨테이너터미날, 한국케리로지스틱스, 한진퍼시픽 등 국내 10개 자회사 지분을 100%로 끌어올리거나 아예 매각해야한다.

 

특히 한진해운신항만 처리가 관건이다. 한진해운은 이 회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50%는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가 전환우선주 형태로 소유 중이다. IMM인베스트먼트가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50%를 매입하는데 사용한 금액은 총 3000억원으로 한진해운이 이 지분을 인수하려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합병과 지분 정리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림은 지배구조 예상도다. (그래픽=한규하 기자)

 

◇" 자구계획 속도내야"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S-Oil) 지분 3000만주를 비롯해 노후 항공기, 부동산 및 투자자산 매각 등으로 내년까지 총 3조5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을 400%대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한진해운도 벌크선 사업에서 전용선 부문을 분리 매각해 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1조4000억원의 관련 부채를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미 자구계획을 발표했고 금융시장에서도 (자구계획이) 미흡하다는 얘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에쓰오일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항공기 매각도 일정에 맞춰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자구안이 계획대로 이행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룹 전체가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자구안 이행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