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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방정식]⑩ 한진그룹 삼남매, 삼성과 다른 점

  • 2014.03.17(월) 10:34

지주사 전환 이후 경영권 승계 빨라져
조양호 회장, 삼남매에 지분 동등배분
지배구조개편 '현물출자+합병' 가능성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한진그룹은 ▲계열사간 순환출자 해소 ▲3세들의 경영권 승계 ▲한진해운 편입 등 여러 이슈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순환출자 해소와 지분승계는 총수 일가의 결단에 따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한진해운 편입은 그룹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편못지 않게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구계획 이행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한진그룹의 3세들. 왼쪽부터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겸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 겸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정석기업 대표 겸 대한항공 전무.


◇ 속도내는 경영권 승계

한진그룹은 그간 2세에서 3세로 경영권 승계에 중점을 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8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았고,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는 정석기업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앞서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09년부터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겸하고 있었다. 이로써 1970년대생의 한진가(家) 3세들은 최고경영자(CEO)로서 각자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재계는 한진칼 대표를 맡은 조 부사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회장이 조중훈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으로서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았듯 조 부사장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부사장은 오는 21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아버지와 함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 ㈜한진의 등기임원도 맡고 있다.

◇ 지분승계는 안갯속

하지만 삼남매를 고루 중용하고 있는 조 회장의 인사방침을 볼 때 장기적으로는 삼남매가 계열사를 나누어 승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것은 삼남매간 지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삼남매는 한진칼, ㈜한진과 정석기업 지분을 똑같은 비율로 보유 중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5월 자녀들에게 대한항공 주식 211만주(약 760억원 규모)를 증여할 때도 삼남매간 차이를 두지 않았다. 삼성그룹이 일찌감치 장남 중심의 승계구도를 짠 것과 대비된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지분을 두 여동생에 비해 배 이상 들고 있다.

지분승계 속도는 더딘 편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자산 승계율은 25%에 불과하다. 총수일가가 보유한 주식을 100으로 볼 때 자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유니컨버스(정보통신회사)와 싸이버스카이(인터넷 면세점 판매업체) 등 삼남매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회사가 있지만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아직은 승계의 변수가 되지 않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한진그룹의 지분승계는 시작 단계에 불과해 지분만으로는 후계구도를 점치기 어렵다"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삼남매 지분변동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한진가 삼남매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동일한 비율로 보유 중이다. (그래픽=한규하 기자)


◇ 대한항공 주가에 울고웃는 대주주

한진그룹은 한진칼→정석기업→㈜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내년 7월말까지(지주사 설립 후 2년 이내) 이를 해소해야 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한진칼은 현재 6.8%인 대한항공 지분을 20% 이상 늘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진칼을 중심으로 계열사간 합병이 거론된다. 한진칼과 정석기업, ㈜한진을 합치면 순환출자 구조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율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조 회장은 한진칼의 유상증자시 자신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 6.7%를 현물출자해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지주회사 지분이지 자회사 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받게되는 한진칼 지분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가에 따라 달라진다.

 

조 회장으로선 대한항공 주가는 높게, 한진칼 주가는 낮게 형성될수록 유리하다. 지난해 9월 분할 재상장 이후 대한항공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데 반해 한진칼 주가는 급등하면서 현물출자가 지연되고 있으나 조 회장이 한진칼의 최대주주가 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는 상태다. 이 경우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13.7%를 보유하게 된다.

최근 ㈜한진의 분할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진은 대한항공 지분 9.7%를 보유 중이다. 이를 투자회사로 분할해 한진칼과 합치면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을 20% 이상 확보해 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 "3사 합병으로 순환출자 해소"

남는 문제는 계열사간 형성된 순환출자다. 현재 한진칼, 정석기업,  ㈜한진은 꼬리물기식 출자관계가 형성돼 있다. 한진칼이 정석기업을 지배하고, 정석기업은 ㈜한진을, ㈜한진은 다시 한진칼을 지배하는 형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칼과 ㈜한진 투자회사(분할신설법인,정석기업이 지분 19.4%를 보유)를 합치면 한진칼과 정석기업은 법으로 금지한 상호출자 관계에 놓인다.

 

한진칼이 정석기업 지분을 보유 중인 상황에서 정석기업도 한진칼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한진칼과 정석기업, 정석기업과 ㈜한진을 각각 합병할 때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거론되는 방식이 3개 회사를 한꺼번에 합병하는 것이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한진그룹으로선 어떤 경우를 택하더라도 상호출자문제가 남게 된다"며 "3사 합병방식을 활용하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확보와 순환출자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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