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문 조정과 함께 삼성물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룹내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화학계열사 지분은 물론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 4%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율이 0.57%에 불과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삼성물산 지분이 그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
◇ 쏟아지는 관측들
삼성중공업의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으로 단기간내 건설부문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인 만큼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 가능성도 나온다.
당초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와의 합병 가능성은 더 커진 것 아니냐는 평가다. 삼성가 3세들이 지배하고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이 합쳐질 경우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증권가에서는 이른바 삼성홀딩스 설립 가능성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홀딩스 설립을 통해 제조 계열사들을, 금융지주를 통해 금융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도가 중심이다. 삼성홀딩스 설립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업재편은 경쟁력 제고 측면이라는 입장이지만 승계작업과의 연관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승계작업의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아직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삼성물산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이건희의 전자, 이재용의 건설
삼성중공업의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으로 삼성가 3세들의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건설, 중화학 분야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맡지 않겠냐는 예상들이 나왔지만 이번 합병으로 그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평가다.
현재 지분구조상 이부진 사장이 건설을 지배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인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건설관련 계열사들과 엮여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삼성중공업으로 플랜트 사업이 합쳐졌다는 점은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건설분야를 관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앞으로 추가 조정을 통해 통합될 가능성이 있는 건설분야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 부회장이 금융과 전자, 건설 등 3개 분야 관장하는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삼성그룹 전체를 성장시킨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에게 건설분야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