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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야 산다]포스코, '철강본능' 속으로

  • 2014.10.20(월) 09:49

재무구조 개선·철강경쟁력 확보에 총력
중국에 치이고 현대제철에 쫓기고

포스코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는 체질개선에 나섰다. 그동안 외연 확장에 나서면서 대표 철강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던 포스코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권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철강업 본연으로의 회귀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 일환으로 비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가 과거의 '본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숫자를 재건하라
 
정준양 전 회장 체제 하에서 포스코의 기초체력은 거의 바닥이 났다.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고 철강업에서의 경쟁력도 약화됐다. 그동안 포스코가 보여줬던 내실경영과는 거리가 먼 외연 확장에만 치중한 탓이다.
 
포스코는 매 분기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우량 회사였다. 하지만 이제는 매 분기 실적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다행히 권 회장 취임 이후 실적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연결기준 7조1739억원이었던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3년 2조9961억원까지 떨어졌다. 무리한 확장과 마침 불어닥친 철강 업황 침체가 맞물리며 포스코의 재무구조는 무너졌다.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지난 2011년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2012년 10월에는 'BBB+'로 다시 내렸다. 무디스도 지난 2011년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내린데 이어 2012년에는 'BBB1'으로 강등했다.
 
포스코는 여전히 숫자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무너지긴 쉬워도 다시 세우긴 어려운 것이 재무구조다. 포스코의 재무구조가 본 궤도에 들어서지 않는 이상 체질개선은 어렵다. 권 회장이 숫자에 집착하는 까닭이다.
 
◇ 팔아야 산다
 
포스코가 '기초체력' 회복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비핵심자산 매각이다. 이미 계열사 매각에 들어갔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창원 대우백화점과 부산의 쇼핑몰 센트럴스퀘어는 물론 포스코특수강도 매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유하고 있던 SK텔레콤 지분과 광양 LNG터미널,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등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내놨다. 포스코의 계열사 및 비핵심 자산 매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포스코의 매각에는 원칙이 있다. '철강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만 내놓겠다는 것이다. 과거 정준양 전 회장이 사들였던 비철강 부문들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미래성장동력으로 보고 매입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재무구조 악화의 주범이 됐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원칙없이 무분별한 매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방점이 포스코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찍혀있는 만큼 면밀하게 검토한 후 도움 안되는 것들만 내놓는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조직도 개편했다. 포스코 조직개편은 철저히 철강 위주로 꾸려졌다. '철강과 비철강'으로 나뉜 셈이다. 철강 부문을 철강사업본부와 철강생산본부로 나눠 유기적인 협력을 꾀했다. 유사 업종은 통합했다. 조직을 슬림화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비핵심 사업의 매각과 철수는 물론 경영권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계열사의 지분 축소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기업공개, 블록 세일 등 어떤 방법이든 가능하다"고 했다. 전방위로 현금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 잃어버린 '철강 본능' 깨워라
 
권오준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 회장의 개혁 작업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연결기준으로 전기대비 14.7% 증가한 83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작년 2분기 이후 최대 실적이다. 물론 전년대비로는 여전히 부진하다. 하지만 상승세를 탔다는 것은 분명하다.
 
 
개별기준으로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분기 포스코의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5650억원으로 작년 3분기 이후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포스코가 현재 추진 중인 각종 매각 작업들이 완료되면 숫자는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스코 앞에 놓인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중국의 공급과잉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경쟁자인 현대제철이 점점 위협적인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수강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포스코의 앞마당에 경쟁자들이 들어오고 있는 형국이다.
 

포스코로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는 내실을 다짐과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경쟁자들을 뿌리쳐야하는 이중 부담을 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포스코의 앞날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단, 전제가 있다. 철강 본능'이 살아나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강력한 철강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각종 구조조정 작업들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철강 본능을 다시 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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