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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야 산다]'원조' KT의 생존 화두..초심 & 융합

  • 2014.10.27(월) 16:04

본연의 통신업 경쟁력 회복 당면과제
5대 미래융합 비교 우위 발굴도 관건

지난해 10월 22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당시 이석채 KT 회장이 배임 혐의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 KT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경기도 분당 소재 KT본사, 서초사옥, 광화문사옥 등과 이 회장 및 임직원 자택 등 모두 16곳을 압수수색해 하드디스크, 회계 장부 등을 확보했다.

 

그로부터 10여일 뒤. 이 회장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사의를 결심했다"면서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후 신임 회장 공모 과정이 신속히 진행됐고, 12월 16일 황창규 현 회장이 내정됐다.

 

하지만 KT호(號)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잦아들지 않았다. 올 1월 황 회장이 공식 취임한지 불과 10여일 만에 자회사인 KT ENS가 2800억원 대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됐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연이어 3월초에는 KT 홈페이지 해킹으로 981만명의 고객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가 터졌다. 급기야 황 회장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건 사고가 마무리 되자 이번에는 적자 공포가 밀려왔다. KT는 올 2분기 영업손실 813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순손실 규모도 7572억원에 달했다. 물론 약 1조원 규모의 명예퇴직 비용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결과라지만, 여파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김인회 KT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올해 대규모 명퇴로 재무상황이 압박받는 상황이 있었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올해 배당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KT는 지난 수 개월 동안 거대한 파도를 만나 흔들렸다. 과거 '한국통신(Korea Telecom)'이란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사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가 많다.

 

 

◇'백투더 텔코(Back to the telco)'

 

과거 KT는 탈(脫)통신을 외치면서 통신 이외의 사업 확장에 열중했다. 금호렌터카, BC카드 인수가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몸집은 불렸지만 본업인 통신경쟁력은 약화됐다는 것이 KT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때문에 황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통신경쟁력 회복을 주문했다.

 

KT 관계자는 "올해는 무선경쟁력 회복을 기반으로 향후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며, IP기반 가입자를 확대해 유선 매출 감소폭도 최소화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KT는 무선경쟁력 회복에 주력중이다. LTE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한편 유통망을 재정비해 판매력을 회복시켰다. 그 결과 한때 LG유플러스에 빼앗겼던 시장점유율을 되찾아오는 성과를 보였다.

 

문제는 화이팅이다. KT-KTF 합병전 무선사업을 담당했던 KTF는 불과 4000여명으로 1등 기업 SK텔레콤을 위협했다. WCDMA 통신망 시절 선투자에 나서, 한 때지만 SK텔레콤에 앞서기도 했다. 당시 KTF의 '쇼(Show)' 브랜드는 SK텔레콤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KT 무선사업은 2위 자리 굳히기에 안주하는 모습이다. 1위를 차지해보겠다는 화이팅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 황창규 KT 회장이 5대 미래융합서비스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뿌린 새 씨앗, 열매 맺혀야

 

최근 몇 년 사이 ICT 산업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시장 주도권은 구글·애플 등 운영체계(OS)를 확보한 사업자가 갖게 됐다. 통신사는 제조사와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밀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늘었다. 파생사업 아이템도 늘어나 통신망만 갖고선 자칫 남좋은 일만 시킬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카카오톡이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은 통신망을 기초로 한 서비스이지만 파급력은 더 크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은 지난 5월 취임 100여일을 맞이한 자리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5대 미래 융합 서비스를 제시했다. 스마트에너지, 통합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 5대 분야에서 통신과 이종 산업간 시너지를 창출시켜 KT의 성장동력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황 회장은 "차세대 핵심기술을 내재화하고 최고의 미래 융합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 미래융합전략실과 융합기술원에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등 KT는 기술 중심의 기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융합전략실은 ICT 융합 서비스 등 미래 먹거리 분야를 발굴하고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신사업 추진 전략을 수립한다. 융합기술원은 강화된 R&D 역량을 기반으로 차세대 핵심기술을 내재화하는 한편 미래융합전략실이 발굴한 미래 먹거리의 사업화를 진행한다.

   
그러나 신사업 또한 결실을 맺기에는 장벽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선 5대 융합 서비스 중에는 KT만이 할 수 있는 독창성이 없다. 대부분 ICT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추진해오던 분야인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률이 높아도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다면 문제될 게 없는데, KT는 현재 경쟁 우위의 요소를 찾아야하는 숙제가 놓여있다. 기술력, 가격경쟁력, 브랜드인지도, 특화서비스 등 소비자가 KT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유인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CEO 리스크도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KT는 정부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민영기업이지만, 정부의 손을 많이 타는 기업중 하나다. 이미 2명의 CEO가 정권이 바뀌면서 불명예스럽게 낙마했고, 그 과정에서 조직 분위기는 땅으로 추락했다. '임기 3년만 하고 CEO가 물러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CEO가 바뀌면 임직원은 물론이고 조직의 변화는 불보듯 뻔하다. CEO 생각따라 경영철학과 핵심사업까지 바뀔 수 있으니 사업에 추진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인 동시에 리스크도 많은 기업"이라면서 "통신경쟁력 회복과 신사업 정착이라는 투트렉 전략에서 동시에 이겨야 하는 부담감이 있으며, 이를 위해 얼마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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