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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야 산다]한진, '천수답'경영 벗어나야

  • 2014.10.21(화) 14:56

환율·유가따라 요동치는 실적..'체질개선' 절실
호텔사업의 키, '경복궁 특급호텔' 규제 풀려야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그룹의 주력은 항공업이다. 작년 한진그룹 전체 매출 24조7297억원 가운데 47.3%인 11조7124억원이 대한항공에서 나왔다. 그룹 내에서 항공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종합물류기업을 표방하는 그룹의 모든 사업이 항공에서 파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항공산업은 외생 변수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개별 기업으로서는 손 쓰기 어려운 환율, 국제유가 등에 따라 오락가락하기 일쑤다. 한진그룹이 올해 경영 목표의 맨 앞에 '경영체질 개선을 통한 질적 성장'을 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대한항공 실적, 환율·유가에 '출렁출렁'

 

작년 대한항공은 1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전년보다 4.5% 감소했다. 엔저로 인한 일본발 여객수요 감소와 함께 저가항공사들의 성장에 따른 항공사 간 경쟁 심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화물수요 감소 등의 악재가 가중된 때문이다.

 

특히 핵심인 여객사업 분야에서 수송량은 종전 수준이 유지됐지만 엔저와 원-달러 환율 하락까지 겹쳐 국제선 수익이 전년 대비 5% 감소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반면 올해는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 1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이익이 대거 발생하면서 순이익은 3467억원을 기록했다.

 

▲ 작년 대한항공 사업부문별 영업수익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은 원화 강세라는 외부 변수에 딸려온 측면이 크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내국인 출국자가 늘어나고 달러로 결제하는 유류비도 절감되는 데다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쌓인 달러 빚에 대한 금융비용도 줄어든다.

 

올 하반기 대한항공의 실적 전망이 더 밝아진 배경에는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환경 변화도 있다. 유류비는 항공업 매출원가의 40% 안팎을 차지한다.

 

하지만 환율이 다시 높아지고(원화 약세), 유가가 오르면 대한항공 실적은 다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대한항공의 실적을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天水畓)'과 같은 구조라고 설명한다.

 

한 증권사 항공·물류 담당 애널리스트는 "항공업종의 경영실적은 제조업보다 환율, 유가 등의 외생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안정적 실적을 위해서 외생 변수에 휘둘리지 않도록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신기종·신규노선 더해 호텔사업 본궤도 올려야

 

대한항공의 올해 경영목표도 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체질 개선을 통한 성장기반 강화'라는 기조와 함께 매출액 12조5600억원, 영업이익 6400억원을 사업목표로 정했다.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은 차세대 항공기 도입으로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하늘 위 호텔'이라고 불리는 에어버스의 초대형 A380 여객기를 지난 7월까지 3년에 걸쳐 10대 도입했다. 내년부터 2017년까지는 보잉의 B747-8i 10대를 들여올 계획이다.

 

이 항공기는 B747-400를 개선한 것으로 기체 길이는 이전 모델보다 약 5m 길어졌지만 좌석은 467석 규모로 50여석 늘고 화물 탑재 공간도 26% 커졌다. 기체도 더 가벼워져 운영비는 13%, 운항비는 2% 줄일 수 있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노선을 확대하는 것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 지난 7월부터 알짜 노선인 중국행 여객항공편을 6개 노선에서 주 15회 증편했다. 현재 126개인 취항 도시 수를 2019년까지 140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 대한항공이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해온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미대사관 숙소 부지.

 

그룹 차원에서는 1위 국적항공사에 걸맞게 호텔사업을 키우는 것도 절실하다. 항공과의 시너지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난 8월에는 인천국제공항 옆 '그랜드 하얏트 인천'의 객실 규모를 배 가량 늘려 1022 객실 규모로 증축했다. 그룹은 또 1조원 가량을 투자해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월셔 그랜드 호텔'을 73층 높이로 재건축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서울 경복궁 옆(송현동 49-1번지,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특급호텔사업이 가시화돼야 한다. 한진이 6년째 추진중인 이 사업은 작년 조양호 회장이 직접 대통령에게 규제완화를 건의할 정도로 그룹의 숙원사업이다.

 

대한항공은 이 땅을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인근 교육 환경을 저해한다는 여론 때문에 '7성급 한옥형 고급호텔(문화복합단지)'이라는 밑그림만 그려 놓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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