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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야 산다]한화, 쨍하고 '태양광'

  • 2014.10.24(금) 15:23

저수익 사업구조 재편 핵심 '그룹의 미래'
후계 3세 경영능력 검증 시험대

재계 10위 한화그룹에서 태양광 사업의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화약·화학·방위산업부터 금융과 레저까지 아울러 총 38조4600억원에 이르는 그룹 매출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매출은 4%(1조5000억여원) 남짓이다. 

 

하지만 태양광은 한화의 미래다. 작년 한화그룹 순이익은 95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5%에 그치는 수준. 이런 낮은 사업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의 탄력이 필요하다. 오랜 공백 상태인 김승연 회장의 후계구도에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 태양광 키우기 "헤쳐모여"

 

한화그룹은 지난 8월 전방위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중견 석유화학회사 KPX화인케미칼를 인수하고 건자재 사업부문과 제약회사 드림파마는 매각했다. 편의점 업체 씨스페이스(C-Space)와 포장재사업체인 한화폴리드리머도 매물로 내놓은 상황이다.

 

여기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태양광과 석유화학, 첨단소재 등에 그룹 역량을 집중한다는 한화의 전략이 담겨 있다. 지난 2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김승연 회장이 아직 일선에 복귀하지 않았지만 정체된 사업 국면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깔려 있다.

 

그 중심에는 석유화학과 함께 태양광이 자리잡고 있다. 같은 달 한화는 호주에서 주택용 태양광발전 업체인 엠피리얼(Empyreal)사 지분 40% 인수 계약을 맺었다. 연간 1GW에 이르는 호주 태양광 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한화는 엠피리얼 인수 외에 일본과 독일, 중동 등의 태양광 소매업체를 추가로 인수하고 발전소 운영 사업에도 참여한다는 구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폴리실리콘 생산(한화케미컬)에서 잉곳·웨이퍼 및 셀 생산(한화솔라원·한화큐셀)과 발전시스템 설치(한화큐셀) 및 발전소 건설(한화건설) 등에 이르는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 구조가 소매, 운영시장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런 태양광 사업 체계를 갖춘 기업은 한화가 세계 유일이다.

 

 

◇ '해뜰날'(그리드 패러티) 머지 않았다

 

한화가 태양광을 핵심에 두고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것은 지금이 투자를 확대할 적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연구소는 올 4월 "세계 태양광산업이 긴 구조조정의 터널을 지나 제 2의 도약기를 맞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연구소는 "2014년 이후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원가가 화석연료 발전원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 시점을 맞는 국가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양광 산업이 정책 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경제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에서는 올해 세계 태양광시장이 연말까지 설치량 기준 43~49.1GW 규모로 전년대비 27%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이 같은 성장세가 향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공급과잉도 해소돼 올해부터 태양광 셀과 모듈업체 가동률이 80%에 이를 것으로 봤다.

 

한화그룹의 경우 태양광 사업의 양대 축인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이 올해 각각 1~1.2GW 및 1.5~1.6GW의 모듈 판매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작년대비 20% 안팎 늘어난 것이다.

 

한화큐셀은 현재 영국ㆍ터키ㆍ칠레 등 신흥국가들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시장으로 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한화솔라원도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 지방정부와 100MW의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기로 하는 등 중국, 북·중미, 유럽 등에서 성과를 가시화 하고 있다.

 

상반기까지는 절반의 성공 수준이다. 올 상반기까지 한화큐셀은 2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했다. 한화솔라원은 1분기 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3년만에 흑자전환 했지만 2분기 68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면서 주춤했다.

 

▲ 한화그룹이 다보스포럼 콩그레스센터(Davos Congress Centre)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 2012년 한화그룹을 대표해 다보스포럼을 찾은 김동관 실장이 현장에서 기증을 제안해 이뤄진 280㎾의 설비다.(사진: 한화그룹)

 

◇ 태양광 등 신사업 백업은 '금융'

 

한화그룹 내에서 태양광 사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자리를 비우고 있는 김승연 회장이 아들 3형제 중 장남 김동관(31)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에게 이 사업을 맡겨 놓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

김동관 실장은 지난 2010년1월 한화에 출근을 시작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등 그룹내 태양광사업 양대 축 계열사에서 경영 능력을 검증 받고 있다.

 

김 실장 옆에는 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 출신인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간담회에서 "김승연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태양광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당히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태양광 사업이 성공을 거둘 경우 그 공은 오롯이 김동관 실장 몫이 될 수 있다는 뜻이 있다. 김 실장이 한화그룹의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을 검증 받는 시험대가 된다는 얘기다.

 

다만 신수종 사업인 태양광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때까지 그룹을 끌고갈 캐시카우(Cash Cow)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그룹 매출의 50.9%를 차지하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달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인 김연배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부회장)이 취임한 것을 두고도 태양광 등 신사업과 연결된 해석이 나온다. 구조조정 전문가인 김 부회장을 투입해 금융에서 향후 그룹 핵심사업의 실탄을 확보하도록 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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