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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야 산다]현대중공업 '수술중'

  • 2014.10.22(수) 10:03

해양플랜트·에너지사업 대규모 손실로 '휘청'
'구원투수' 권오갑 사장, 과감한 개혁 돌입

현대중공업이 수술대에 올랐다. 집도의는 권오갑 사장이다. 각종 부실로 곪을대로 곪은 현대중공업을 살려내기 위해 권 사장은 메스를 들었다. 사상 최대 적자에 전망도 밝지 않다. 노조도 발목을 잡고 있다.
 
권 사장은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다음 수술 부위는 사업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체질개선'이 권 사장의 목표다. 업계는 시의적절한 수술로 보고 있다. 조선업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의 쇄신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무너진 '세계 1위'
 
지난 2분기 조선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2008년 이후 지속된 조선업 침체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오던 현대중공업이 무너진 것이다. 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가 발표되자 조선업계는 망연자실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세계 1위 조선업체다. 그런만큼 업계의 충격도 컸다.
 
외형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현대중공업의 부실은 심각했다. 현대중공업은 기존의 상선에서 해양플랜트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하지만 경험부족과 기술부족이 겹치며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던 해양플랜트에서 큰 손실을 냈다.
 

여기에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진행해왔던 신재생에너지 사업들도 부진했다. 각 부문의 부실들이 모여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만들었다.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단순히 업황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리기에는 손실 규모가 너무 컸다.

◇ '환부' 과감히 도려낸다

현대중공업은 무너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과거 현대중공업을 세계 1위 업체로 성장시킨 주인공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다. 특히 권 사장의 경우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특명을 받았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 회생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그는 사장 취임과 동시에 현대중공업 전반을 진단할 팀을 꾸렸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의 현 상황을 파악하고 처방을 내리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중공업은 실적 부진과 노조의 파업 위기가 겹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적의 경우 지난 2분기 1조원애 손실을 입은데 이어 3분기에도 2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권오갑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현대중공업의 현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에 들어깄다. 약 한달여의 진단 끝에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임원의 대규모 감축이었다. 업계는 권 사장의 인적쇄신은 곧 현대중공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작업에 돌입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플랜트 부문과 신재생에너지 부문 등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황 침체기 당시 살아남기 위해 수주했던 저가 물량이 여전히 남아있어 실적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권 사장은 최근 임원 감축부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 262명 중 3분의 1인 81명을 물갈이했다. 대대적인 개혁 작업의 신호탄이다.
 
업계에서는 권 사장이 인적 쇄신에 이어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7개 사업부문 모두가 대상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의 정리다. 특히 그린에너지 부문에 대한 정리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규모 손실로 그룹을 휘청이게 한 조선과 해양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본류인 만큼 철저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권 사장은 이미 '환부(患部)'는 과감히 도려내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밝힌 상태다.
 
◇ 권오갑의 수술, 마술 될까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위기 도래 시기가 언제인가'의 차이일 뿐 대형 조선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비슷하다. 따라서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권오갑 사장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권 사장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높다.
 
권 사장의 수술은 인적쇄신, 조직개편, 현장 및 영업 중심 등 크게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 우선 인적 쇄신을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산이다. 또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해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권 사장은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현장과 영업에 배치할 계획이다. 무너진 조직과 실적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다. 과거 현대중공업이 누렸던 세계 1위의 영광은 현장과 영업에 있었다는 것이 권 사장의 생각이다. 따라서 현장과 영업에 방점을 두고 조선업에 집중,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 업계에서는 권 사장이 인적쇄신에 이어 다음 순서로 비수익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들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이번 기회를 통해 조선에 집중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야한다고 조언한다.

권 사장의 이런 원칙에 업계와 시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권 사장이 현대중공업의 현 주소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또 빠른 결정으로 과감히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도 적절한 처방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개혁 움직임은 반가운 일"이라면서 "시장에 현대중공업이 지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시그널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사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이 택했던 조선 이외의 사업들은 똑 떨어지는 게 없었다"며 "이번 기회에 부실 사업들을 털고 조선업에 집중하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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