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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분위기 반전...'권오갑 효과'

  • 2015.02.12(목) 18:28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적자폭 축소
업황·유가 등 불안요소 상존.."지켜봐야"

일단은 성공적이다.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작년 4분기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내놨다. 작년 창사 이래 최대 손실을 입은 탓에 4분기의 선방한 실적이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등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조선과 플랜트 부문에서 선전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작지만 영업이익을 낸 정유 부문도 주목할만하다. 권오갑 사장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조금씩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작년 4분기 실적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2분기와 3분기에 비해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의 작년 4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6.5% 감소한 13조8461억원이었다.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74.4% 감소한 223억원이었다. 당기순손실은 전년대비 83.4% 줄어든 378억원을 나타냈다.
 
◇ '다 털어낸' 2014년
 
현대중공업은 작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조1037억원, 1조934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특히 3분기 영업손실은 치명적이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았다. 4분기까지 예상되는 모든 손실을 미리 계산해 충당금을 적립했다.

매분기 늘어나는 적자를 더 이상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권 사장의 결단이었다. 현대중공업의 주력 부문은 조선, 해양, 플랜트 부문이다. 조선은 과거에 수주한 저가 수주 물량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해양과 플랜트 부문은 기술과 경험 부족에 따른 손해가 막심했다.

현대중공업의 실적 그래프는 지난 2013년부터 매분기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 고리를 끊어낼 필요가 있었다. 권 사장이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은 까닭이다.
 

권 사장은 공사손실충당금을 쌓는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현대중공업과 연결로 묶여있는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그동안 매분기 착공선박 기준으로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해왔다. 하지만 작년 3분기에는 수주잔고 전체에 대해 적립했다.

매분기 수주잔고 전체에 대해 미리 예상손실을 반영해왔던 현대중공업의 방식을 따랐다. 이렇게 되면 큰 폭의 실적 하락을 맞게 된다. 하지만 미래 손실을 미리 반영한만큼 향후에는 실적 하락폭을 줄일 수 있다. 지난 4분기가 그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분기에 주력 사업들에서 조금씩 성과를 냈다. 조선 부문은 3분기에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미리 쌓아둔 영향과 환율 상승 덕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플랜트 부문 역시 공사손실충당금 감소로 영업손실폭이 줄었다. 권 사장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 구조조정 덕에 주력부문서 성과
 
권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권 사장 취임 이후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전체 임원의 31%가 옷을 벗었다. 과장급 이상 1500명에 대해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급여체계도 성과급 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했다. 사업본부 아래의 부문 단위도 축소했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플랜트 부문은 해양 부문으로 통합했다. 방만한 조직을 줄이고 조직간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었다.
 
업계에서는 권 사장이 비주력 사업 부문에도 조만간 메스를 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린에너지 사업 부문이다. 지난 2010년 신재생 에너지 붐에 편승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사업부문이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린에너지 사업부문은 지난 3년간 매년 100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에도 역시 적자였다. 엔진 부문과 전기전자 부문, 건설장비 부문도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에게 이 부문은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언젠가는 도려내야 할 고름이다.

눈에 띄는 것은 정유 부문이다. 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한 현대중공업의 정유 부문은 작년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영업이익을 냈다. 다른 정유사들이 실적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을 때 일궈낸 성과라 더욱 빛을 발했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으로 옮겨오기 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일했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재직 당시 내부의 사업포트폴리오는 물론 각종 체계를 새롭게 정비했다. 권 사장 취임 이후 현대오일뱅크는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현대오일뱅크에서의 경험이 현대중공업에 이식되고 있는 셈이다.

◇ 여전히 불안..좀 더 지켜봐야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여전히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권오갑 사장의 구조조정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업황 등은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가 하락으로 오일메이저들의 해양 부문 발주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대중공업에게는 여러모로 악재다.

다만 작년 4분기에 과거 2분기와 3분기처럼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공사손실충당금을 쌓는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도 "이번 분기에 공사손실충당금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등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실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 시장에서는 여전히 현대중공업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조선업황 부진 지속과 유가 하락 등이 현대중공업의 실적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영업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무직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사업부 통합으로 조직 군살빼기를 진행하고 있어 긍정적이지만 펀더멘털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실적 턴어라운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현대중공업을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정유 부문도 유가하락으로 상황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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